들꽃이야기/나, 귀하신 몸이야!

몸이 작다고 마음도 작은 것은 아냐 - '땅나리'

이우형 2010. 7. 27. 17:25

땅나리(겹꽃)


땅나리(Lilium callosum Siebold & Zucc.) -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나리 중에서 가장 작다. 줄기는 작은 것은 30cm 정도, 크면 1m 가량 된다. 7월에 꽃을 피우며, 윗부분에 가지를 내거나 원 줄기 끝 부분에 꽃이 달린다. 많으면 7~8 가량 달릴 때도 있다.




 

두어해 전 강원도 태백에 있는 한 자생식물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는 방문 기념으로 종자를 나눠줬는데, 그 중에는 ‘중나리’의 종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어머니께서 워낙 꽃 키우시는 것을 좋아하셔서 가져다 드렸는데, 화분에 묻어 두셨다. 다음해에 중나리가 멋지게 꽃을 피웠다.

그리고 올 해, 중나리가 꽃을 피우고 나서, 힘에 부친 듯 줄기를 옆의 백합잎에 기대고 있는 꽃을 발견했다. 어머니께서는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꽃이 조그마한 게 제대로 피지 않았네.”하고 말씀하셨다. 다가가서 자세히 보니 웬걸 중나리가 아니라 ‘땅나리’였다.

뭔가 조금 이상타 싶어 다시 자세히 살펴보니, 세상에! 겹꽃이었다. 많은 꽃들이 겹꽃이 있다. 그런데 나리꽃 중에 겹꽃을 보았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터였다. 횡재다 싶어 열심히 셔터를 눌렀다.

주말에 한 건했다 싶었던, 다음날 일요일. 우연찮게 부모님과 집 인근 산속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하기로 했다. 식당으로 가는 산길 도로 옆으로 뭔가 붉은 꽃이 보였다. 흘깃 쳐다보니 또 세상에!다. 땅나리가 그 포장도로 옆으로 하늘거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내려서 살펴보니 차가 달리는 도로 양옆으로 10여 촉의 땅나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자라고 있었다.

사실 땅나리는 그리 흔한 꽃이 아니다. 지금까지 촬영을 다니면서 땅나리 자생지를 확인한 것이 불과 3~4건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그런데 꽃이 별로 없다고 믿었던 집 인근 산, 그것도 차가 다니는 도로 옆에(비록 비교적 한적한 도로이기는 하지만) 무리지어 자생한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만 했다.

땅나리는 산림청에 의해 희귀식물 취약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애기중나리, 작은중나리로 불린다. 나리들은 전체적으로 모습이 비슷하지만 잎의 모양이 모두 다르다. 물론 꽃도 다르기는 하지만 분위기가 비슷해 언뜻 구분이 쉽지 않다. 하지만 잎은 그렇지 않다.

혹시 산이나 양지바른 들에서 꽃이 아담한 작은 나리꽃을 발견하면 키가 크지 않은 녀석으로 치부하지 말고, 귀한 땅나리를 만났구나 하고 기뻐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