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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반하 Pinellia ternata (Thunb.) Breitenb. 여름의 중간. 마치 학이 고개를 들고 있는 듯 보이는 이 식물의 이름 ‘반하(半夏)’의 풀이다. 5월에 생산되기 때문에 반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반하를 보고 어떤 이들은 뱀이 혀를 날름거리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지만, 필자의 눈에는 그저 초록색 옷을 입은 학처럼 보인다. 천남성과 식물답게 알뿌리가 있으며, 독초로 분류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를 약재로 사용한다. 가래, 천식, 담으로 인한 두통, 어지럼증, 가슴답답증, 구토, 인후통, 등 부위에 난 종기 등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사진의 반하는 시골 농장에서 촬영했다. 이듬에 다시 만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다시 보지는 못했다. 천남성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부레옥잠Eichhornia crassipes (Mart.) Solms 7~8월은 무더위와 함께 다양한 수생식물들이 꽃을 피운다. 호수나 연못 등에서 만나는 연꽃도 반갑고, 작은 둠벙이나 논에서 눈 맞춤하는 물질경이, 어리연, 보풀 등등 작은 물꽃들도 정겹다. 부레옥잠도 그런 반가운 물꽃 중 하나다. 부레옥잠이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꽃자루가 물고기의 부레처럼 부풀어 올라 물에 뜨는 옥잠화라는 뜻이다. 화려한 꽃잎의 무늬는 터키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나자르 본주(Nazar Boncugu)’를 닮았다. 봉안란(鳳眼蘭)이라는 이름도 보이는데 꽃잎의 무늬에서 따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에 떠다녀 부평초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데, 이 이름은 개구리밥도 가지고 있다. 물옥잠과의 여러해살이물풀이다.
바위솔 실종사건 종종 의외의 장소에서 특별한 야생화를 만날 때가 있다. 더운 여름 땡볕에 해변을 헤매다가 자리 잘 잡은 갯장구채를 만나는가 하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붉은 바위벽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고란초를 만날 때가 그런 경우다. 화성에서 대부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매립된 갯벌을 꾸며 만든 공원이 있다. 그곳에는 오래전 섬이었던 조그마한 바위언덕 몇 개가 지평선에 굴곡을 만들며 서있다. 야생화 탐사 때는 그런 곳이 훨씬 끌리는 법이다. 두어 개 바위언덕을 뒤지다가 행운의 바위솔 무리를 만났다. 개체수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바위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모두 꽃망울을 가득 품은 채였다.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꽃 핀 모습이 기다려졌다. 일주일만 지나면 만개할 듯 보였..
장점과 단점 야생화 촬영 때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60㎜ 마크로 렌즈다. 표준렌즈 계열인 60㎜ 마크로 렌즈는 실제와 거의 비슷한 원근감과 화각으로 낯설지 않은 사진을 만든다. 들고 다니기 편하고, 어느 정도의 조건만 허락한다면 핸드헬드(handheld)로 접사촬영을 해도 큰 무리가 없다. 단점은 초점거리다. 카메라가 다가가기 힘든 곳의 접사촬영이 어렵다.촬영 때 꼭 챙겨나가는 또 다른 렌즈는 24㎜ 마크로 렌즈다. 광각계열의 이 렌즈는 밝기가 f/1.8이다. 넓은 화각에 원근감, 그리고 접사까지 다용도로 사용하기에 정말 편리하다. 넓은 화각은 피사체 너머 풍경을 적당히 살려 주고, 작은 식물을 크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피사체의 형태가 왜곡되거나 배경이 산만해지는 불편함은 있다. 하지만 이..
길을 잃다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안면도로 새우란 촬영을 떠났다. 산허리 곳곳에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 높지 않은 야산이었다. 넓게 닦아 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좁은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새우란 몇 촉과 금난초 몇 촉, 은난초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옥녀꽃대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산 속에서 보냈다. 풍성한 수확을 얻은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왔다. 길이라고 해야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하나, 그리고 좌우로 갈라진 길 두어 개가 전부였다. 만족감에 가득 찬 하산길은 잠시 후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길 끝에 높은 옹벽이 떡하니 나타났다. 뛰어내리기에는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길을 더듬고 다른 길로 내려왔다. 역..
개나 소나 찍는 사진(?) 어느 해 봄 가평의 화야산 자락을 헤매고 있었다. 봄 야생화가 많은 곳이라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동료 사진가와 함께 등산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야생화를 살피고 있는데, 등산복을 잘 차려 입은 두 중년 여성이 옆을 지나갔다. 미리 와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모양새였다. 사실 사람들이 오가는 데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좀 멋쩍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고르는데 스쳐가듯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사진을 찍어.”꼭 그렇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때는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로 들렸다. 둘 모두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크게 웃었다. “졸지에 개하고 소가 됐네.”사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대중화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