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나, 잡초 아니거든!] - 4 열 가지 다른 아름다움 ‘제비꽃’ 본문
“뭐가 이리 많아?”
그저 봄에 짙은 보랏빛으로 피는 ‘제비꽃’ 하나만 알고 있다가, 곳곳에서 새로운 제비꽃들을 만나면 처음에는 신기해 하지만 이내 심드렁해진다. 봄에 산을 오르다보면 가장 일찍 만나는 제비꽃이 아마도 ‘둥근털제비꽃’이 아닐까 싶다. ‘현호색’과 더불어 꽃 이른 시기 산행을 반겨주는 꽃이다. 혹여 그것 말고도 얼마나 많은데 하고 따지지는 마시길…….
경기도 화성에 살고 수원으로 출퇴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주 찾게 되는 곳이 칠보산이다. 칠보산은 수원과 화성, 그리고 안산에 걸쳐 있는 산이다. 넓은 평지에 길게 솟아 있는 이 산은 풍광으로서의 운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인근 야생화 사진작가나 탐사가들이 가장 즐겨 찾고 아끼는 산이다. 그만큼 수많은 야생화가 있고, ‘칠보치마’와 같은 이곳 특산의 식물들도 제법 있다.
‘남산제비꽃’은 칠보산에서 가장 흔하게 만나는 제비꽃이다. 개체도 크고 수도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남산제비꽃은 가평에 있는 화야산에서 만났다. 나무 등걸을 옆에 두고 서로 등지고 있는 두 개체의 남산제비꽃은 첫 개인전이었던 ‘들꽃소리’에 전시되기도 했다.
한 동안 ‘태백제비꽃’과 ‘금강제비꽃’을 가지고 설왕설래한 적도 있다. 태백제비꽃은 가평의 고산지대 등에 가면 비교적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금강제비꽃은 강원도 인제에 있는 곰배령에서 겨우 만날 수 있었다. 만나고 보니 전혀 다른 생김새에 한 동안 어이없어 했던 기억이 있다. 금강제비꽃 옆에는 ‘뫼제비꽃’이 함께 피어 있었다.
꽃이 예쁘기로는 ‘고깔제비꽃’이 최고다. 잎이 고깔처럼 말려서 올라오기 때문에 이 이름이 붙었는데, 꽃잎 전체를 물들인 은은한 분홍빛은 화사함을 넘어 우아하기까지 하다.
남양주의 천마산에서 만난 제비꽃 중에는 ‘민둥뫼제비꽃’과 ‘줄민둥뫼제비꽃’이 있다. 생각보다 자주 만나는 ‘노랑제비꽃’은 높은 산 절개지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꽃이다. 대부분의 제비꽃이 자주색이나 흰색 혹은 연분홍인 것과 달리 노랑제비꽃은 꽃색의 다름으로 확실히 각인된다.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랑제비꽃은 덕유산 향적봉에서 중봉에서 만난 겹꽃의 변이종이다. 가평의 한 숲속에서는 흰색으로 탈색된 몇 개체를 만난 적도 있다. 알비노는 아닌 듯 보였지만 사진은 촬영해 두었다.
또 숲속에서 자주 만나는 키가 큰 ‘졸방제비꽃’이 있고, 개체가 작고 둥글고 윤기 나는 초록색 잎에 엽맥을 따라 흰색 무늬가 있는 ‘알록제비꽃’도 구분이 쉬운 제비꽃이다. 가끔 운이 좋으면 잔디밭이나 개울둑에서 ‘흰제비꽃’이나 ‘흰젖제비꽃’도 만날 수 있다.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으로는 ‘팬지’와 ‘삼색제비꽃’ 등이 있다. 또 전체적으로 크고 흰 꽃에 보라색 무늬가 들어간 ‘종지나물’도 수입산이다.
대체적으로 제비꽃들은 꽃모양이 비슷하지만, 꽃색과 잎의 모양, 그리고 줄기의 유무, 향의 유무 등 모두 다른, 아주 다채로운 개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제비꽃은 대략 60여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누가 정확히 알겠는가? 요즘 우리 꽃을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학자들도 모르던 녀석들이 곧잘 등장하는 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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