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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 2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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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도시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 2

이우형 2011. 5. 7. 09:04

보봉 시내에 들어서면 처음 만나는 태양전지 빌딩.


태양의 마을, 보봉

도심에서 약 6㎞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보봉(Vauban)’ 지역이 나온다. 얼핏 한적해 보이기까지 한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이름난 친환경마을로 꼽힌다. 프라이부르크에서도 가장 친환경적인 주거단지이고 탄소제로도시의 전형으로 알려진 곳이다.
보봉은 프랑스식 발음이다. 원래 이곳은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군이 주둔하고 있었다. 1992년 프랑스군이 철수하면서 주둔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이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 공청회를 개최하고 결국 합의를 거쳐 생태마을을 건설하기로 결정한다. 지금의 보봉은 그렇게 탄생했다.
마을 진입로에 들어서면 왼쪽으로 유리로 된 기다란 상가형태의 건물이 나타난다. 2~3층 유리 일부는 파스텔톤의 울긋불긋한 판넬로 장식되어 있고 옥상에는 옥탑형태의 건물 4동이 머리에 태양전지판을 이고 늘어선 모습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오른 편에는 태양전지로 움직이는 대형 주차장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의 주된 에너지는 태양전지와 태양열이다. 이를 상징이나 하듯 대부분의 건물 옥상에는 태양전지판이 붙어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헬리오트롭(Heliotrop)’이라 불리는 원통형 건물이다. 이 건물은 건축가 롤프 디슈(Rolf Disch)가 설계했고, 현재 본인이 살고 있는 주택이기도 하다. 1994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지름 11m에 3층으로 주재료는 나무와 유리다. 전면은 유리로, 나머지는 완벽히 단열 처리된 벽면으로 되어 있다. 이 주택은 계절별로 최상의 조건을 따라 회전한다. 즉 겨울에는 태양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위치로, 반대로 여름에는 최대한 태양을 피하도록 했다.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판은 소비전력의 6배 가까이 잉여 생산해 전력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 보봉 마을에 있는 헬리오트롭(Heliotrop). 건축가 롤프 디슈(Rolf Disch)가 설계한 이 주택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친환경 건물이다. 계절마다 건물의 위치가 변하도록 설계되었다.


 

보봉의 주택가. 건물 지붕이 모두 태양전지판으로 되어 있다.


 

보봉 마을은 놀이터 하나까지 친환경을 생각해 설계했다. 자연석과 천연재료로 조성된 놀이터.


에너지 소비 거의 없는 패시브 하우스
실제로 프라이부르크에서는 각 주택마다 태양전지로 생산된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전기는 ㎾당 40센트에 판매된다. 하지만 주택으로 공급받는 전기요금은 ㎾당 20센트에 불과하다. 전기 1㎾를 판매하면 20센트가 남는 장사다.
주택들도 모두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로 되어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두꺼운 단열재와 다중창을 이용해 지은 주택으로 겨울 난방과 여름 냉방이 필요 없다. 이 주택은 시공시 3% 정도 건축비가 더 들지만 뛰어난 단열효과로 냉난비를 아낄 수 있어 몇 년 후면 투자비를 뽑을 수 있다는 것이 시 관계자들의 말이다. 또 시에서는 기존 주택을 에너지절감 주택으로 개조하거나 보수할 때 드는 비용을 1% 내외의 낮은 이자로 융자도 해주고 있다.
보봉에서 5년째 패시브 하우스에서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인 르 파르노(Le Pargneux) 씨는 “1년 사계절 집안의 온도가 일정해 냉난방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며 “(뛰어난 단열효과로 인해) 요리를 하거나 컴퓨터에서 나오는 열, 그리고 전등의 사용으로 인한 열 등으로 인해 난방이 필요 없다”고 했다. 그는 “단열이 너무 잘돼 오히려 환기를 자주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이 불편함(?)”이라고 엄살을 떨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은 파르노 씨처럼 자부심이 대단하다. 친환경적인 생활양식이 몸에 배어 있다 보니 삶의 질도 높다. 어린이 놀이터조차 환경을 생각해 친환경적인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식품들도 대부분 유기농제품을 이용하고 있으며, 주택가의 차량진입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다.
자동차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불편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곳 사람들은 오히려 편하다는 표정이다. 불편한 규정을 만든 것은 바로 주민들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대신 자전거와 전차를 이용한다. 도심까지 가는 전차가 15분마다 있을 정도로 교통편도 편하기 때문에 불편함이 전혀 없단다.



 

보봉 마을 공동식당이었던 이 건물은 현재 에너지절약 건물로 개보수됐다.


 

보봉 시내. 태양열 주택과 패시브하우스들이 즐비하다.


성숙한 시민의식, 환경수도 만들어
프라이부르크는 이제 태양의 도시로 불린다. 솔라 파브릭을 필두로 한 솔라에너지 산업분야에만 80여개의 중소기업이 몰려 있다. 또 이곳에는 세계 최고의 신재생에너지연구소인 프라우엔호퍼연구소(Frauen Hoffer Institute for Solar Energy)와 국제태양에너지협회(ISES)도 자리 잡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국제태양에너지전시회(Inter Solar)도 이곳에서 열린다.
환경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증대되면서 프라이부르크의 사례를 배우려고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정책은 관광자원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과거 시청에서 환경관련 정책과 시찰을 안내했으나, 인원이 폭주하면서 이를 별도의 민간회사에 위탁했다. 이 회사에서는 프라이부르크의 환경정책과 현장을 안내하며 1인당 450유로 정도를 받고 있다.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후세들에게 모범을 보이자’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현재 시스템으로 짧은 시간에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천연자원 고갈을 대비해 후세들에게 모범이 되게 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들의 노력을 주도하고 지지하는 시민들의 성숙된 환경의식이 오늘의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를 만들고 있다.
떠나는 아침, 내내 흐리던 하늘이 맑게 개어 있었다. 호텔 창밖 중앙역 솔라빌딩의 태양전지판이 모처럼 태양빛에 반짝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