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17.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본문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야생화를 좋아해 식물원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수집한 야생화를 여러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물원을 공개한 그는, 곧 난감한 일과 마주쳤다. 식물원의 꽃들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구경 온 사람들 중에 신기하고 예쁘다며 꺾고 캐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식물원 문을 닫아버렸다.
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파인 흔적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식물을 캐간 흔적이다. 어쩌다 꽃을 캐가는 사람을 만나 “왜 캐가느냐?”고 물어보면 “예뻐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주인 없는 것인데 캐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예쁘면 여러 사람이 보게 두는 것이 맞고, 주인도 엄연히 있다. 주인 없는 산이 어디 있을까. 산에서 함부로 식물을 채취하다가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별나게 자연산을 좋아한다. 생선회를 떠올려 보라. 식물을 키우는 사람들도 비슷하다. 자연에서 구하는 것이 먼저요, 구매는 어쩔 수 없는 경우다. 사진가들도 식물원 보다는 자연 상태에서 촬영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분위기가 이렇다보니 너도나도 한 손씩 거들게 되고 남채로 인한 멸종위기설까지 나오게 된다.
야생식물은 전문적인 재배 지식이 없으면 키우기 어렵다. 가져가봐야 거의 못 살린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그러니 자연을 찾을 땐 ‘아니온 듯 다녀가려는’ 마음가짐부터 챙기는 것이 맞지 싶다.
덩굴별꽃
● Cucubalus baccifer var. japonicus Miq.
● 석죽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
● 철원, 2009년 8월 15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6.7, 1/350초, ISO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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