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16. 방송이 미워요 본문

들꽃이야기/꽃의 민낯

16. 방송이 미워요

이우형 2016. 3. 30. 10:21

방송이 미워요

 

 

요즘 방송국 다큐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 중 하나가 약초꾼 이야기다. 험준한 산 속을 헤매며 귀한 약초를 찾는 모습이 힘들지만 보람차 보인다. 그 약초꾼들 중에는 특별한 약초만 전문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다양한 산야초를 두루 채취하는 사람도 있다. 언젠가 겨우살이만 전문으로 채취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방영된 것을 본적도 있다.

산야초를 채취하는 장면이 방송을 자주 타다보니, 일반인들 중에서도 반 취미 삼아 주말이나 휴일에 약초를 캐러 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 중에는 아예 동호회를 결성해 함께 움직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자연을 벗하며 즐기는 것이 뭐가 나쁘겠냐마는, 거기에는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약초들 중에는 보호해야 할 식물들이 제법 많다는 점이다. 겨우살이 중에서도 꼬리겨우살이나 참나무겨우살이는 위기종 또는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방송을 타면서 전 국민이 알아버린 갯방풍도 보호가 필요한 약관심종이다. 관광지로 유명한 제주의 한 갯방풍 자생지는 무턱대고 채취하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는다는 뉴스도 있었다.

방송만이 아니다. 아주 오래전에 해오라비난초 자생지 발견 소식이 신문에 보도된 적이 있다. 지키고 보호하자는 취지의 기사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자생지에서 해오라비난초는 완전히 사라졌다. 장소가 노출된 탓이다.

누군가의 업()을 탓할 수는 없지만, 방송이나 신문 등 언론에서 다룰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 모르고 있던 식물이나 장소가 공공연하게 공개되면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해오라비난초

● Habenaria radiata (Thunb.) Spreng.

●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

● 여주, 2007년 8월 11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8, 1/125초, ISO160

 


'들꽃이야기 > 꽃의 민낯'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 가벼운 게 좋아  (0) 2016.04.26
17.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0) 2016.04.14
15. 매뉴얼 그까짓 거  (2) 2016.03.21
14. 야생화를 찍는 이유  (0) 2016.03.07
13. 사진은 장비다  (0) 201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