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9. 대암산 용늪 본문
대암산 용늪
2008년 7월 4일, 4륜구동 SUV를 새로 장만했다. 소형차로 야생화 촬영을 다니기에 불편한 점이 적지 않아 큰마음 먹고 구입하게 됐다. 오후 4시경 회사에서 차를 인수하고, 다음날 오전 8시 대암산으로 출발했다. 인수 받을 당시 운행기록은 10㎞ 남짓이었다.
수원, 여주를 거치면서 탑승 인원은 4명으로 불어났고, 인제에서 다시 한 명이 늘었다. 여기저기 비가 고인, 포장도 되지 않은 임도를 따라 그렇게 대암산 용늪을 올랐다. 구입한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차의 외관은 이미 10년은 탄 듯한 몰골로 변했다. 슬슬 속이 아려왔다.
어렵사리 용늪으로 들어갔다. 1993년인가 용늪을 한 번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는 잡지사에서 군과 인제군에 공문을 보내 협조요청을 하고 찾았다. 덕분에 장병들의 안내를 받으며 찬찬히 용늪을 살펴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은 무작정 떠난 길이었다.
1993년 당시 없었던 탐사로가 생겨 용늪 안을 자유롭게 다닐 수 없다는 점이 달랐다. 용늪에 대한 기대가 컸지만 수확은 많지 않았다. 그 여행에서 만난 ‘비로용담’이 가장 큰 수확이었다. 데크 너머로 피어 있는 꽃을 엎드려 겨우 촬영했다.
참고로 용늪의 해발고도는 1,280m 정도다. 이 높이라면 여름이라도 해가 가리면 춥다. 군 생활을 비슷한 높이의 대성산 정상에서 했던 터라, 첫 방문 때 외투를 챙겨 갔다.
야생화 탐사는 다른 탐사와 마찬가지로 준비와의 싸움이다. 카메라와 더불어 필요한 장비와 정보를 꼼꼼히 점검하고 챙겨 가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하산 후 함께 간 일행들이 정성스럽게 세차를 해주었다. 새 차는 그날 하루 600㎞가 넘는 길을 달렸다. 그 차는 지금도 내 곁에서 든든한 나의 두 다리가 되어 주고 있다.
비로용담
● Gentiana jamesii Hemsl.
● 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
● 인제 대암산, 2008년 7월 5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4.8, 1/90초,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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