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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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사는 숨차다
하늘하늘 실바람에 흔들리는 꽃마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바람이 멎은 순간 다시 파인더에 눈을 들이대고 숨을 참는다.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다시 꽃이 흔들린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벌써 20여분을 그렇게 바람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
조금 더 꽉 채워 촬영하려고 1.5크롭바디에 60마크로, 그 사이에 접사링까지 끼우고 꽃과 거의 닿을 만큼 렌즈를 들이 밀었다. 숨을 참고 잠시 기다리다보면 멎을 만도 하지만, 야속한 바람은 꼭 숨이 차 고개를 들면 잦아든다.
셔터를 누르고 나면 뭔가 부족해 다시 구도를 잡고, 또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한 컷 촬영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꽃마리의 키가 작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적당히 바람을 막으면 된다. 가방에 트레이싱지나 트레팔지 같은 반투명 종이를 넣고 다니면 이럴 때 요긴하다. 이 종이들은 바람막이 역할과 함께 직사광을 확산 시키는 디퓨저(diffuser)로도 사용할 수가 있다. 아쉬울 땐 반사판도 되어 준다.
키가 좀 더 큰 꽃들은 이도저도 쉽지 않다. 그나마 삼각대에 케이블 릴리즈라도 걸고 있으면 느긋할 수 있지만, 손에 들고 촬영을 해야 한다면 숨은 더 차다.
꽃의 민낯을 좋아해 접사를 즐기다보니 촬영을 나가면 매순간 숨을 헐떡이게 된다. 자주하면 요령도 생기고 익숙해지기도 하는 법이지만, 숨 참기는 늘 새롭다.
땅귀개
● Utricularia bifida L.
● 통발과의 여러해살이풀
● 수원 칠보산, 2009년 10월 10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 Tube, f/8, 1/90초,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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