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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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에 임하는 자세
우리 야생화 중 많은 수가 키가 작다. 작다 못해 땅바닥에 붙어 있다시피 한 것도 적지 않다. 어떤 꽃은 삼각대를 거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야생화 촬영을 할 때면 온갖 자세가 다 나온다.
언젠가 용인의 한 공원을 일 때문에 방문했다. 습관적으로 훑어보다가 그곳 잔디밭에서 꽃이 핀 벼룩나물을 발견했다. 일은 함께 간 후배에게 맡기고 카메라를 꺼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잔디밭에 얼굴을 파묻고 촬영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제법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엎드리고 쪼그려 앉고 무릎을 꿇고 촬영을 했다.
얼마 뒤 후배가 다가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했어요?”
“벼룩나물 촬영했어.”
“저기 저 아주머니가 노숙자인줄 알았대요.”
“……?”
각설하고, 조그만 야생화를 촬영할 때 가장 편한 자세는 ‘엎드려 쏴’다. 몸이 편하고 카메라가 지면에 밀착되어 흔들림 없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두 번째로 좋은 자세는 ‘앉아 쏴’, 이 자세는 양 팔꿈치를 양 무릎에 밀착시킬 수 있어 삼각대와 맞먹는 고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조심할 것은 배나 엉덩이에 깔리는 다른 꽃이 없는 가를 잘 살피는 일이다. 가끔 옷 버릴까봐 돗자리나 방석을 까는 사람들이 있는데, 기왕 자연과 벗하러 왔으니 흙을 조금 묻히는 것도 좋지 아니한가 싶다.
미꾸리낚시
● Persicaria sagittata (L.) H.Gross
●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
● 괴산, 2013년 10월 4일
◎ Camera Tip
Nikon D300s, Nikkor 60mm Macro, f/16, 1/800초,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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