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 - 산자고 본문
산자고
Tulipa edulis (Miq.) Baker
이른 봄 따뜻한 양지쪽에는 가느다란 잎과 꽃대에 비해 지나치게 큰 꽃이 피는 식물이 있다. 산자고다. 땅에 거의 기어서 피기 때문에 사진을 촬영하려면 영락없이 같이 기어야 한다.
산자고의 한문은 ‘山慈姑’다. ‘산에 사는 자애로운 시어머니’라고나 할까.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야생화 이름에 고부간의 갈등이 표현된 것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며느리밑씻개’. 알다시피 이 식물의 줄기와 잎에는 작은 가시들이 돋아 있다. ‘며느리밥풀’도 억울한 며느리의 전설이 담겨 있다. 그런 면에서 산자고의 이름은 특별하다. 하지만 '산'자가 붙은 것이 좀 마음에 걸리긴 한다. 왠지 모를 외로움 또는 그리움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따뜻한 산속 풀밭과 자애로운 시어머니... 상상은 자유다.
산자고의 원래 이름은 ‘까치무릇’이다. 산자고로 이름이 바뀐 것에 대한 특별한 설명은 찾지를 못했다. 다만, 옛부터 까치무릇으로 불렸는데, 어느날 도감에 산자고란 이름으로 등장했다는 정도만 알 수 있었다. 물구, 물굿 등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햇볕이 잘 드는 산지 풀밭에서 만날 수 있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보통 4~5월에 꽃이 핀다. 하지만 사진의 산자고는 몇 해 전 전북 부안에서 2월 말에 촬영했다.
<월간 茶道 2013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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