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전북 군산 / 경암동 철길마을 본문
사진을 하면서 남들 다 찍는 사진이지만, 꼭 한 번은 촬영해보고 싶은 장면, 또는 장소들이 있다. 군산의 경암동 철길마을도 그런 곳 중 하나였다. 게으른 탓에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실행에는 결국 옮기지 못했다.
경암동 철길마을의 철도가 만들어진 것은 1944년 해방을 한 해 앞둔 해였다. 제지 공장에 신문용지 재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조성된 이 철길 옆으로 사람들이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철길마을이 조성됐다.
자료에 따르면 이 철길은 1950년대 중반까지는 ‘북선 제지 철도’로, 1970년대 초까지는 ‘고려제지 철도’ 이후에는 ‘세대 제지선’ 또는 ‘세풍철도’로 불렸다고 한다. 이후 세풍그룹이 부도나면서 이 제지회사를 새로 인수한 회사의 이름을 따 ‘페이퍼코리아선’으로 불렸단다.
어쨌거나 좁은 골몰길 같은 철길에 기차가 들어서면 역무원 3명이 호루라기를 불면서 길을 안내했고, 사람들은 철길에 내놓았던 잡다한 생활용품들을 치웠다고 한다. 이 철길의 길이는 2.5㎞였고, 열차는 오전에 두 차례 운행을 했다. 열차의 속도는 시속 10㎞에 불과했다.
이 향수 어린 열차가 멈춘 것은 2008년이었다. 당시에 이 열차의 폐선 소식은 일찌감치 언론을 통해 소개되었고, 폐선 전 촬영을 하려 찾는 사진작가들도 적지 않았다. 아뭏든 그 때도 가질 못했다.
열차도 다니지 않고, 철길 주위로 주택이 길게 들어서 있어 얼핏 지나치면 그곳이 철길이었는지 알기는 쉽지 않다.
뒤늦게 찾은 군산에서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 군산 이마트를 마주하고 있는 이 마을을 바로 지나치면서도 알지 못했다. 그리고 몇 번의 부산을 떤 끝에 겨우 찾았다. 철길 주변에는 카페도 들어섰고, 몇몇 영화촬영지임을 알리는 배너들도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관광객들에게 옛날 교복을 대여해 사진을 촬영해주는 가게도 있었다.
시간은 과거를 그대로 기억하게 두지는 않는 것 같다. 기차가 다닐 때는 삶이었지만, 지금은 박제된 시간의 기억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은 적지 않았다.
사진은 마을의 시작점이다. 마을에 사시는 할머니가 철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왠지 박제된 시간의 기억처럼 짠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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