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2. 잡초는 없다 본문
잡초는 없다
지금도 여전히 발끝에 차이는 이름 모르는 풀을 만나면 잡초라고 쉽게 이야기한다. 꽃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사람의 기준에서 보면 알지 못하니, 잡다한 풀들을 통틀어 그렇게 부를 수밖에. 사실 이름을 불러 준다고 해서 풀들 입장에서 달라질 것은 없다. 사람들 마음대로 붙여 놓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름을 부르던 안 부르던 풀들이 살아가는데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식물의 이름을 안다는 것은 의미가 크다. 이름을 알고 부른다는 것은 그만큼 애정이 깃들어 있다는 뜻이고, 소홀이 다루지 않겠다는 의지도 은연 중에 담겨있다. 그렇게 본다면 풀들이 살아가는데 약간의 도움은 될 수 있겠다.
우리와 함께 우리 땅에서 살아가는 자생식물의 수는 대략 4,900여종 가까이 된다고 한다. 이들의 이름을 모두 외우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인정해야 할 것은 발끝에 차이는 식물들 중 이름 없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다. 이름만큼이나 그들 모두 각자 나름대로의 특별한 일생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잡초라는 말은 그리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가끔 카메라를 들고 집 주변의 작은 꽃들을 열심히 촬영할 때가 있다. 괭이밥, 쇠무릎, 쇠비름, 돌나물, 제비꽃, 별꽃, 냉이, 꽃다지, 닭의장풀 등등. 주변을 살펴보면 제법 많은 잡초들이 이름표를 달고 제 삶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꽃마리
● 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
● 지치과의 두해살이풀
● 이천, 2008년 4월 12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 Tube, f/8, 1/125초,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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