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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노루귀 Hepatica asiatica Nakai 우리의 야생화 이름들을 가만히 되새겨 보면 참 재미있다. 그 이름의 의미가 꽃 어딘가에 꼭 담겨 있기 때문이다. 노루귀는 그 대표적인 꽃 중에 하나다. 이른 봄, 계곡에 눈과 얼음의 흔적이 채 가시기도 전에 꽃을 피우는 노루귀는, 새싹이 돋을 때 노루의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 갈래로 갈라진 녹색 잎의 뒷면은 자주색을 띠며 솜털이 보송보송하게 돋아있다. 그 잎이 말린 채 올라오는 모습이 영락없는 노루귀를 닮았다. 하지만 노루귀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꽃색은 흰색, 분홍색, 남색 등이다. 색상도 옅거나 진해 훨씬 다양하게 느껴진다. 일반적으로 흰색과 분홍색은 많지만 남색은 흔하게 만나기 쉽지 않다. 노루귀는 보기보다 흔한 꽃이다. 자생..
터리풀 Filipendula glaberrima (Nakai) Nakai 우리나라 가정이나 화단에서 흔히 만나는 꽃들은 대부분 외국에서 들어온 식물들이다. 화훼 개발 역사가 긴 외국에서는 다양한 식물들이 원예화 됐고 가정에서 키우기 좋도록 길들여졌다. 식물의 특성도 보기 좋은 부분을 극대화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식물들은 아직 원예화된 것이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가을에 흔히 보는 벌개미취정도다. 라일락이나 구상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지만 외국에서 가져가 원예화시킨 경우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식물들은 꽃이 작고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짧아 원예화에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원예화라는 것이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을 최대화하는 것이어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터리풀은 그 자체로 관상..
처진물봉선 Impatiens koreana (Nakai) B.U.Oh 물봉선은 귀한 꽃도 아니지만 흔하게 보이는 꽃도 아니다. 붉은색을 띤 물봉선은 습기가 많은 도랑이나 산지 배수로 등에서 비교적 많이 자생한다. 하지만 물봉선도 종류가 적지 않고 다른 종류의 물봉선들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노랑물봉선, 흰물봉선이 그 다음으로 많이 발견되는 종류다. 국가생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물봉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은 8종이다. 앞서 이야기한 3종 외에 가야물봉선, 미색물봉선, 산물봉선, 제주물봉선, 처진물봉선 등이 그것들이다. 이번 달에 만나 볼 꽃은 이 중 처진물봉선이다. 처진물봉선은 얼마 전까지 거제물봉선으로 불렸다. 거제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이렇게 불렸으나 남해안 지방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탓인지 이름..
흰진범 Aconitum longecassidatum Nakai 한방에 초오(草烏)라고 불리는 약재가 있다. 독성이 매우 강한 이 약재는 두통이나 복통, 반신불수, 구안와사 등에 쓰인다. 진통, 진정, 항염, 국부마비완화 등의 약리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초오가 바로 투구꽃과 그 근연종의 뿌리다. 흰진범을 이야기하면서 초오 이야기를 꺼낸 것은 흰진범도 이 범주에 드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 나온 그 각시투구꽃도 같은 식구들이다. 각시투구꽃은 북쪽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흰진범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투구꽃 형제들 대부분이 보라색이나 남색을 띄지만 흰진범은 이름처럼 흰색에 가깝다. 덩굴성이고 길이는 대략 1m 정도다. 초오로 불리는 뿌리를 가진 식물..
영국 런던 서튼(Sutton)지구 왈링턴(Wallington)에 위치한 탄소제로 주거타운 베드제드(BedZED). 베드제드는 ‘베딩턴 제로 에너지 개발(Beddington Zero Energy Development)’에서 유래했다. 영국 베드제드(BedZED) 3중 유리, 벽두께 50㎝ 열손실 최소화 옥상에 빗물 받아 화장실, 정원수로 사용… 자동차는 공용으로 이른 아침 런던 중심가를 벗어나 승용차를 타고 남쪽으로 향했다. 전날까지 잔뜩 찌푸린채 비를 뿌렸던 하늘은 반갑게도 맑고 푸르게 변해 있었다. 종잡을 수 없는 유럽의 겨울날씨를 걱정하며 30분 정도를 달리자 한적해 보이는 주택가가 나타났다. 영국 런던 서튼(Sutton)지구 왈링턴(Wallington)이었다. 왼쪽으로 낯익은 주택단지가 눈에 들어왔..
땅귀개 Utricularia bifida L. 우리나라 야생화들 중 많은 꽃들이 정말 집중해서 찾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꽃만 클로즈업해 촬영하면 사람들은 그 꽃이 제법 크다고 생각해 어디가면 볼 수 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꽃이 ‘꽃마리’다. 이름도 예쁘지 않은가? 실은 꽃대가 말려서 올라와 천천히 펴지며 꽃망울을 차례로 터트린다. 말려 있는 꽃대에서 꽃이 차례로 피기 때문에 꽃마리란 이름이 붙었다. 어쨌거나 이 꽃은 주변 잔디밭이나 담 옆 등에서 흔하게 피는 일명 ‘잡초’(?)다. 꽃의 크기가 거의 2~3mm 정도. 그러니 안 보일 수밖에……. 땅귀개도 비슷하다. 다만 이 꽃은 산속의 습지에서 자란다. 바닥에 물기가 많은 젖은 땅에 햇볕이 잘 드는 그런 곳에서 자란다. 물론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