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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전히 목마르다 - 물달개비

이우형 2010. 9. 7.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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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달개비

Monochoria vaginalis var. plantaginea (Roxb.) Solms



수원과 화성, 그리고 안산에 걸쳐져 있는 야트막한 산이 있다.

언젠가 함께 야생화 단체 회원들이 모임을 가졌는데, 강원도에서 높은 산만 보던 회원 한 사람이 처음 이 산을 보고 “저게 산이야?” 하고 어이없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산은 야생화 촬영을 하거나 탐사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유명한 산이다. 높지 않고 크지 않은 산에 다양한 식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는 산 이름을 딴 식물들도 꽤 여럿 있을 정도다. 칠보산이 바로 그 산이다. 전국에 칠보산이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꽤 많은데, 그중에서도 수원 칠보산의 키(해발 238m)가 가장 작다.

칠보산은 말 그대로 7가지 보물이 숨겨져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원래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사찰, 장사, 금 등 8가지 보물이 있어 팔보산으로 불리다가 황금수탉이 없어져 칠보산이 되었다고 한다.

칠보산 이야기를 길게 한 것은 사진의 물달개비를 여기서 촬영했기 때문이다. 사실 물달개비는 제초제 뿌리지 않은 웬만한 논에는 거의 다 있다. 단지 그 유명한 산에서 쟁쟁한 식물들과 경쟁하면서 자란 특별한(?) 친구라는 것을 소개하려고 엉뚱한 산 소개를 열심히 했다.

물달개비는 물옥잠과의 한해살이풀로, 우리나라는 물론, 일본과 중국, 멀리 인도에서도 자라는 정말 생명력 강한 친구다. 참고로 논에서 만나는 식물들은 생각보다 꽃이 예쁜 경우가 많다. 논에는 잡초지만 촬영하는 입장에서는 더 없이 멋진 모델들이다.

가끔 논에서 벼 아래를 살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월간 茶道 2010년 9월호 ‘야생초가 있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