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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의 부케처럼 - 개쓴풀

이우형 2010. 11. 3. 14:54


개쓴풀

Swertia diluta var. tosaensis (Makino) H.Hara


 

이름에 ‘개’자가 들어가면 왠지 ‘가짜’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꽃 이름에는 묘한 접두어들이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개’, ‘나도’, ‘너도’, ‘좀’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나도’하고 ‘너도’는 뭐 말 그대로 “너만 000이냐 나도(너도) 000이다”이런 의미다. 일반적으로 다른 식물인데 모습이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다. 사촌인 경우도 있고, 전혀 상관없는 경우도 있다.

‘좀’은 ‘작다’는 뜻이다. 이 경우는 같은 종류의 식물인데, 크기가 작은 경우 붙여진다. ‘애기’라는 이름이 앞에 붙는 경우도 비슷하다. ‘개’는 비슷하지만 다른 특성을 가진 경우 붙이는 이름이다. 그런 점에서 ‘개쓴풀’은 ‘쓴풀’은 맞는데, 결정적으로 쓴맛이 없다고 해서 붙여졌다. 사촌인 ‘쓴풀’과 ‘자주쓴풀’ 등은 뿌리에 쓴맛이 강한데, 개쓴풀은 쓴맛이 없다.

어떤 분은 ‘개’를 다르게 해석하기도 한다. 넓은 개활지에서 자란다는 뜻에서 ‘개’자를 붙인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개쓴풀은 일본과 중국, 그리고 우리나라 황해도 서흥군, 경기도 이천시, 충청남도 예산군, 한라산에 자생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사진의 개쓴풀은 경기도 수원시 칠보산에서 촬영된 것이다. 습지에서 자라며, 산림청에 의해 희귀특산식물 취약종으로 보호받고 있다. 요즘은 칠보산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다.


월간 <다도> 2010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