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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배풍등Solanum lyratum Thunb. 배풍등을 처음 촬영한 곳은 서해안에 있는 한 섬이었다. 야생화 촬영을 막 시작했던 터라 처음에는 까마중으로 알았다. 같이 갔던 분이 배풍등이라고 알려줘서 이름을 알게 됐다. 배풍등은 한방에서 사용하는 약재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진정작용이 있다고 한다.사진의 배풍등은 괴산에 있는 한 농장의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다. 가냘프게 싹이 올라와서 이제는 한 쪽 벽을 모두 채울 정도로 크게 세력을 키웠다. 꽃은 까마중과 비슷하지만, 전체 모습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열매도 까마중은 검게 익고, 배풍등은 붉게 익는다. 줄기에는 털이 뽀송뽀송하다. 가지과의 여러해살이 활엽 반초목이다.
산부채 Calla palustris L. 꽃집에서 흔하게 보는 ‘칼라’와 같은 집안이다. 그러나 학명으로 보자면 오히려 칼라(zantedeschia aethiopica’)보다 ‘산부채’가 더 적자(嫡子)다. 산부채는 우리나라 이북지방, 함경도 고산습지에서 자란다. 그러니 남쪽에서 만나는 산부채들은 죄다 실향민들이다. 수목원 습지 한 귀퉁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그곳이 고향은 아니다. 사진의 산부채는 포천의 한 수목원에서 촬영했다. 천남성과의 ‘앉은부채’와 사촌뻘이라 이름이 산부채가 됐는데, 이 이름에 의견이 분분하다. 다른 이름으로는 ‘진펄앉은부채’로도 불린다. 습지에 사니 이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싶기도 하다. 이우철 교수의 ‘한국식물명의 유래’에는 ‘작은 앉은부채라는 뜻의 일명’이라고 되..
자귀풀 Aeschynomene indica L. 자연농법 그대로 경작하는 논에는 다양한 식물들이 자란다. 눈에 띄는 꽃을 가진 대표적인 식물들로는 물질경이, 물달개비, 보풀, 어리연 등을 꼽을 수 있다. 물론 자세히 살펴봐야만 보이는 작은 꽃들까지 더하면 훨씬 더 많다. 자귀풀도 논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인데, 앞서 이야기한 식물들보다 키가 훨씬 크다. 잎이 마치 자귀나무를 닮았는데, 자귀풀이란 이름은 여기서 왔다. 일본명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얼핏 보면 차풀, 미모사와도 닮았다. 콩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야생화 사진을 촬영할 때는 목표를 정하고 탐사하는 방법과 사진기를 들고 목적 없이 배회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어느 곳을 방문했다가 짬을 내 주변을 어슬렁거려 보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개인적..
가침박달 Exochorda serratifolia S.Moore ‘박달’이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단단한 나무’를 떠올린다. 이름하여 ‘박달나무’다. 단단한 목재로 홍두깨와 빨랫방망이, 옷감을 펴는 다듬이방망이 등을 만들었다. 사촌격으로 개박달나무와 물박달나무도 있는데, 박달나무의 키가 30m 내외로 가장 크고, 다음이 20m 정도 되는 물박달나무다. 개박달나무는 5m 정도로 형제 중에 키가 가장 작다. 그런데 가침박달은 이름만 박달이지 이 집안 형제가 아니다. 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인데, 가침박달은 장미과 집안이다. 키도 5m를 넘지 않는다. 대신 장미과 집안답게 꽃이 화려하다. 그래서 정원수로 많이 심는다. 귀하기도 해 군락지 중에는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곳도 있다. 이름의 ‘가침’은 바느질의 ‘..
올괴불나무Lonicera praeflorens Batalin 가끔 눈을 머리에 이고 있을 정도로 일찍 꽃을 피운다. 위로 말린 꽃잎과 수술의 모습이 마치 토슈즈를 신은 발레리나를 닮아 야생화 사진가들에게 특별히 사랑받는 피사체다. 사진의 꽃은 잎이 위로 말리기 전이라 발레리나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잎이 나오기 전 연분홍색의 꽃이 핀다. ‘올괴불나무’라는 이름은 일찍 꽃을 피는 ‘괴불나무’라는 의미다. 괴불은 옛날 아이들이 차던 주머니끈 끝을 장식하던 노리개다. 괴불나무는 꽃이 이 괴불과 닮았다고 해서 이름 지어졌다. 인동과의 낙엽활엽관목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올아귀꽃나무’로도 불린다.
미꾸리낚시Persicaria sagittata (L.) H.Gross 논가 도랑이나 습지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사촌으로 고마리,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등이 있는데, 처음 본 사람은 대부분 “그게 그거 아니야?”란 표정을 짓는다. 모두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촬영할 때 꽃만 클로즈업하면 고마리와 혼돈하기 쉽다. 줄기와 잎을 함께 촬영하면 멋진 선을 그려낼 수도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여뀌대, 늦미꾸리낚시, 미꾸리덤불, 여뀟대 등으로도 불린다. 이우철 강원대 교수의 저서 에 따르면 작명 유래가 미상이라고 되어 있다. 반면, 김종원 계명대 교수의 에는 ‘한글명 미꾸리낚시는 가을철에 뱀장어를 잡는다는 의미의 일본명 아끼노우나기쭈까미(秋の鰻掴み)와 잇닿아 있다’며 ‘거꾸로 생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