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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 꽃마리 사진을 보여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하는 말은 “예쁘다”, 그리고 두 번째 말은 “한 번도 못 봤어”다. ‘예쁘다’는 말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여러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므로 인정하고, ‘한 번도 못 봤다’는 말도 절반쯤은 맞는 말이다. 왜 절반이냐 하면, 꽃마리는 사실 우리 주변 잔디밭이나 풀밭에서 정말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꽃이 아주 작아서 주의를 끌지 못하고 식물체도 여느 키 작은 식물과 별반 다르지 않아 무심코 지나쳤을 가능성이 아주아주 많다. 그러니 ‘절반만 맞다’고 할 수 있다. 꽃마리란 예쁜 이름도 사실은 사진에서 보듯 꽃대가 말려서 올라와 꽃이 피면서 펴지는데서 따온 것..
고란초 Crypsinus hastatus (Thunb.) Copel. 고란사(皐蘭寺)는 백제 멸망 당시 낙화암에서 몸을 던진 삼천궁녀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고려 현종이 창건했다는 전설이 담겨 있는 사찰이다. 사찰의 정확한 창건 시기와 용도는 의견이 분분하다. 앞의 전설도 정설은 아니다. 각설하고, 이 고란사 뒤편 바위틈에는 고란정(皐蘭井)이라는 샘물이 있다. 이 바위 위에 자라던 양치식물의 이름이 고란초다. 삼천궁녀 이야기 탓인지 고란초는 꽤 유명세를 탔다. 올 초에도 충남 서산에서 고란초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될 정도다. 고란초는 1993년과 1996년 특정야생동·식물로 지정됐다가 1998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및 보호야생동·식물로 지정됐다. 처음 발견됐을 당시 고란초는 고란사 주변에서만 자..
개미취 Aster tataricus L. f 가을은 들국화 세상이다. 많은 국화류가 가을에 피다보니 흰색, 노란색, 분홍색 할 것 없이 모두 퉁 쳐서 들국화라고 부른다. 이들 들국화 중에서도 개미취는 키가 아주 큰 축에 속한다. 비슷한 꽃으로는 쑥부쟁이, 벌개미취, 좀개미취 등이 있지만, 키는 거인과 난장이 정도로 차이가 난다. 꽃송이도 풍성해 관상용으로도 사랑 받지만, 큰 키 덕에 오히려 좀 부족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 개미취를 사진처럼 촬영하니 마치 벌개미취처럼 보인다. 바위 뒤에 고개만 내민 모습은 영락없이 키 작은 벌개미취다. 꽃송이까지 부족해 더욱 그렇다. 전국의 산속에서 만날 수 있고, 7월부터 10월 초순까지 꽃을 볼 수 있다. 개미취란 이름은 꽃대에 붙어 있는 솜털들이 개미를 연상시킨다고 ..
마름Trapa japonica SP. Flerow 호수나 연못 등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풀이다. 7~9월에 하얀색 꽃을 피우는데,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놓치지 쉽다. 꽃의 지름이 대략 1㎝ 정도로 작고 물속에서 피어 가까이 갈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열매는 역삼각형의 단단한 검은색 껍질로 싸여 있고 양쪽 끝에 뾰족한 가시가 나있다. 열매의 속은 흰색으로 경상도에서는 물밤 혹은 말밤이라고 부르며 식용했다. 열매도 마름이라고 부른다. 진흙 바닥에 뿌리를 박고 사는 마름은 수질을 정화하는 역할도 한다. 마름보다 잎이 작은 애기마름이 있다. 우리나라에 1속 2종이 있으며, 마름과의 한해살이풀이다.
가시연꽃 Euryale ferox Salisb. 가시연꽃에 대한 사람들의 첫 인상은 ‘신기함’이고, 두 번째 반응은 ‘징그럽다’다. 잎과 꽃대에 가시가 잔뜩 난 모습이 마치 외계생물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보라색 꽃이 봉오리를 열고 피면 탄성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다. 아쉽게도 가시연꽃은 지금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곳곳의 연못에서 자생하고 있었지만, 수질 오염 등으로 점차 그 모습을 보기가 어렵게 됐다. 대신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꽃단지 등에서 가끔 만날 수 있다. 가시연은 아시아 특산종으로 우리나라를 외에도 일본, 중국, 대만, 인도 등에 서식한다. 우리나라에서 월동한계선은 강원도 강릉으로 알려져 있다. 꽃은 7~8월에 핀다.
삼지구엽초 Epimedium koreanum Nakai 4개의 커다란 꽃잎이 마치 뭔가를 움켜잡을 듯이 피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원줄기에서 3개의 가지가 나오고 각 가지마다 3개의 잎이 달린다. 삼지구엽초라는 이름은 여기서 유래한다. 한방에서는 음양곽(淫羊藿)이라고 불린다. 이 이름은 음탕한 양을 흥분시킨다하여 붙여졌다.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중국 서천북부지방에서 양이 하루에 백 차례나 교미를 하고도, 이 약초를 먹고 다시 암놈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삼지구엽초는 강력한 효능을 지닌 천연 강장제 이름이 높다. 우리나라 경기도와 강원도 등에서 분포하며, 남획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다. 구하기 어렵다보니 유사하게 생긴 짝퉁 삼지구엽초가 유통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흔히 꿩의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