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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고깔제비꽃 viola rosii Hemsl. 흔히 오랑캐꽃으로도 불리는 제비꽃은 이름에 그대로 계절을 담고 있다. 옛날 긴 겨울이 지나고 보리가 익을 무렵 오랑캐들이 양식을 구하러 쳐들어오곤 했다. 오랑캐꽃이란 이름은 그 즈음에 핀다고 해서 붙여졌다. 제비꽃이란 이름은 꽃의 모양이 제비를 닮기도 했지만, 제비가 돌아오는 삼짇날을 전후해 피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제비꽃의 종류는 의견이 다양하지만,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는 62종이 올라있다. 고깔제비꽃은 잎이 고깔처럼 말려서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사한 연분홍꽃도 아름답다. 사진은 올봄 경기도 양평의 산음자연휴양림에서 촬영했다.
큰개불알풀 Veronica persica Poir. 이름이 좀 거시기한 이 꽃은 봄날 양지바른 길가나 담장 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랏빛이 도는 1㎝가 채 안 되는 꽃이 땅에 붙은 듯 낮게 핀다. 특이하게 솟은 두 개의 수술이 인상적이다. 암술은 한 개. 꽃이 지고 나면 맺히는 씨앗의 모양에서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사실 이 이름도 일본의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형광빛이 도는 꽃의 색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사광선 보다는 그늘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 팁. 사진의 꽃은 직사광선 아래서 촬영했다. 이름이 거시기하다고 요즘은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치 ‘개불알꽃’을 ‘복주머니란’이라고 고쳐 부르듯이. 남쪽에는 이 보다 꽃이 아주 작은..
연복초 Adoxa moschatellina L. 사실 우리나라 자생화 중에는 정말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꽃이 피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연복초도 그렇다. 꽃의 크기가 2~3mm 정도 되고, 마치 네모난 상자처럼 꽃대 끝에 모여 사방으로 네다섯개 가량 핀다. 꽃이 피는 시기는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연복초란 이름은 복수초를 캐는데 따라 나온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꽃대의 높이도 높지 않고 꽃의 색도 연록색으로 화려하지 않아 화려한 복수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꽃이다. 광릉숲에 많고 제주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도감에는 가야산과 북부지방의 높은 지대라고 되어 있다. 생각보다 쉽게 만나지는 않는 꽃이다. 사진의 연복초는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 일대에서 촬영했다. 연복초과의 여러해살이..
금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var. valdepiosum Ohwi 이른 봄 산 속 계곡의 양지바른 돌 틈에는, 노란빛이 도는 키 작은 연한 녹색 식물이 마치 이끼처럼 피어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물을 담고 있는 듯한 노란 네모난 상자모양의 꽃 몇 개가 커다란 꽃받침 위에 곱게 얹혀 있다. 괭이눈이란 이름은 이 꽃의 모양이 고양이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우리나라에는 10여종의 괭이눈이 살고 있다.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사진의 꽃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에서 촬영했다. 사진으로 보면 엄청나게 큰 계곡의 바위에 위태롭게 피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그마한 개울 수준이다. 털괭이눈과 구별이 쉽지 않다.
칠면초 Suaeda japonica Makino 인천공항 가는 길이나 서해안 바닷가를 지나다보면, 갯벌 가득 자줏빛으로 물들어 있는 광경을 보게된다. 이 자주빛 갯벌의 정체는 칠면초라고 불리는 식물이다. 미역과 김처럼 아예 바다속에서 자라는 해초와는 달리, 육지와 연한 갯벌에서 자라는 식물도 꽤 있다. 칠면초 말고도 함초로 불리는 퉁퉁마디, 나문재 등등이 그런 식물들이다. 칠면초는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줏빛으로 변해, 마치 칠면조처럼 색이 바뀐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다른 이름으로는 해홍나물이라고도 한다. 꽃 역시 꽃대 없이 잎 겨드랑이에 암수가 함께 모여서 핀다. 꽃의 색도 녹색에서 자주색으로 변한다. 더운 8~9월에 해변식물을 촬영하러 가서는 눈에 잘 보이지도 않은 칠면초꽃을 촬영하려..
물매화 Parnassia palustris L. 1990년대 중반 처음 발견된 울산 정족산 무제치늪은 당시 세인들의 관심을 뜸북 받았다. 산속에 있는 이 습지는 생태계의 보고인데, 환경파괴로 육지화 되고 있다며 당시 언론에서 상당히 심각하게 다뤘다. 또 이곳에서 특별한 난초가 발견됐다고 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남사르 습지로 지정된데다, 환경부에서 지정한 전국 12개의 습지 중 하나가 됐다. 당시 이곳의 야생화를 탐사하고 온 적이 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꽃은 물매화였다. 물매화는 햇빛이 잘 드는 습지에서 자란다. 최근 야생화 사진가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물매화 출사지는 강원도 평창의 한 산지다. 이곳의 물매화는 빨간 꽃술이 특징인데, 장소가 알려진 탓에 매년 숱하게 많은 야생화 사진가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