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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Freiburg - 1 본문

여행이야기/도시이야기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 Freiburg - 1

이우형 2011. 4. 30. 20:36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지붕엔 태양전지판, 도로엔 전차 물결
독일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로 불려… 보행자와 자전거 천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절묘한 조화. 프라이부르크의 첫인상은 그랬다. 프라이부르크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온통 태양전지판으로 가득 찬 현대 도시를 연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찾은 프라이부르크는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예스러운 도시였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며, 탄소제로 도시의 모범으로 꼽히는 이 도시의 진가는 첫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리를 걸으며 느껴야만 비로소 이 도시가 왜 환경수도로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와의 만남은 거리에서 시작됐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역사 뒤로 태양전지를 벽에 붙인 솔라빌딩이 보인다.



태양전지판․자전거 보관소 곳곳에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11시간을 날아가서야 독일 남부의 금융도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할 수 있었다. 프라이부르크는 거기서 다시 남쪽으로 아우토반을 따라 승용차로 3시간여를 더 가야 했다. 독일의 최남단에 속하는 이 도시는 ‘유해폐기물의 국가 간 이동 및 처리에 관한 국제협약’으로 유명한 스위스 바젤과는 남쪽으로 70㎞, 프랑스 국경과는 서쪽으로 불과 60㎞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 접경도시다.
시원하게 뚫린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들은 그대로 속도 무제한이었다. 타고 있는 승용차의 평균주행속도가 180㎞/h를 넘고 있었다. 완만한 구릉지를 제외하고는 탁 트인 평야가 눈을 시원하게 했다.
숙소는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옆에 있는 호텔이었다. 호텔 방 창밖으로 중앙역 역사가 들어왔다. 전면이 유리로 덮인 중앙역 역사 옆에 높이 솟은 건물이 보였다. 벽면 한쪽을 따라 타일처럼 태양전지판이 나란히 붙어 있었다. 솔라빌딩이라고 했다.
이곳 사람들은 “태양전지판은 태양을 따라 움직여야 효율이 높지만, 건물벽에 고정시킨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했다. 환경을 늘 생각하자는 상징과 같은 것이란다.
중앙역 인근에는 모빌(Mobil?)이라고 부르는 대규모 자전거 보관소가 있다. 둥근 형태의 이 건물은 대중교통수단과의 연계를 고려해 만든 것으로, 자전거 수리와 대여 등은 물론,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카페까지 마련되어 있다. 이 건물 옥상에도 태양전지판이 부착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 옆으로 철도 위를 가로지르는 다리는 과거 자동차가 다녔지만 지금은 자전거와 보행인 전용으로 바뀌었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차도와 분리된 자전거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자전거를 세워놓거나 대여할 수 있는 시설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중앙역 인근에 있는 자전거 보관소. 여기에는 자전거 이용자를 위한 카페와 수리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다. 옆의 다리는 원래 차량이 다녔으나 지금은 자전거와 보행자 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원전 건설 반대 위해 친환경 선택

프라이부르크의 친환경정책은 1971년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정부는 프라이부르크 인근 비일 지역에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오자 많은 시민들은 반대시위를 하며 강력하게 맞섰다. 특히 와인 농가를 중심으로 한 반대시위가 심했다. 결국 원자력발전소 계획은 1975년 철회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소와 관련된 정책들은 대부분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 하지만 당시 프라이부르크의 경우 단순한 반대와는 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바로 시민들이 원전에 대한 대안으로 환경 보호를 중심으로 한 대체에너지 문제를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고 시에서 미래지향적인 에너지정책가이드 라인을 채택하게 된 것은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폭발사고 이후였다.
프라이부르크시의 에너지 정책이 요구하는 것은 크게 3가지다. 에너지를 보존하고, 신기술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주택은 단열시공과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설계가 도입됐고, 새로 짓는 주택은 저에너지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태양전지는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대체에너지 수단이다. 프라이부르크에는 ‘솔라 파브릭(Solar Fabric)’을 시작으로 4개의 태양전지 모듈회사가 입주해 있다.


      태양전지 모듈을 생산하는 ‘솔라 파브릭(Solar Fabric)’. 태양의 도시 프라이부르크에는 4개의 솔라모듈 생산회사가 있다.


환경 고려한 노면전차․도심 수로
에너지뿐만 아니라 환경정책 전반에 대한 시민들의 의식도 대단히 높다. 프라이부르크는 이미 1986년에 환경보호국을 설립해 에너지 절약과 쓰레기 대책 등 종합적인 자연환경보전대책을 마련해나가고 있다.
프라이부르크는 인구 22만명의 유서 깊은 대학도시다. 도시 주변은 유명한 흑림지대이고 그 사이를 독일의 젖줄 라인강이 흐른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도시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 선택한 것이 친환경이었다.
중앙역 맞은편으로 난 도로를 따라 가면 좁지만 작은 돌이 타일처럼 깔린 아름다운 구 도심길이 이어진다. 대부분 자동차의 출입이 금지된 이 지역은 노면전차(LRT)와 버스, 그리고 자전거가 섞여서 다닌다. 무엇보다 보행자들이 아무런 위험도 느끼지 않고 산책하듯 거리를 거닌다.

자전거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의 주요 교통수단인 노면전차. 좁은 길에 사람과 섞여 있다. 대부분의 도로는 차량진입이 금지되거나 30㎞이하로 운행해야 한다.

고풍스러운 프라이부르크 시내 길은 차량이 다닐 수 없다. 대부분의 길 바닥은 자갈이나 벽돌이 깔려 있고 한편으로 작은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 수로는 도시의 청량감을 높여주고 여름에 열섬현상을 해소시켜준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시청 앞 작은 광장은 이 기간 동안만 장사가 허락된 노점상으로 가득했다. 눈에 띄는 것은 도심 골목마다 이어져 있는 좁은 수로였다. 얼핏 얕은 하수구처럼 보이는 이 수로에는 맑은 물이 흘렀다. 과거에는 상수도로도 이용됐다고 하는 이 수로는, 지금은 도시의 열섬현상을 해소하고 청량감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구 도심 한 가운데 자리 잡은 뮌스터 성당은 이 도시의 아픈 역사와 재기를 보여주는 상징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된 도시를 다시 건설했고, 비교적 온전했던 뮌스터 성당이 이 과정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붉은 사암으로 건축된 뮌스터 사원 곳곳에는 당시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프라이부르크 구도심 중앙에 자리한 뮌스터 대성당. 성당 내부에는 2차대전 당시 파괴된 프라이부르크 시내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속에는 뮌스터 대성당만 온전하고 나머지 시가지는 폭격으로 모두 파괴된 모습이 촬영되어 있다.


<다음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