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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길을 잃다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안면도로 새우란 촬영을 떠났다. 산허리 곳곳에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 높지 않은 야산이었다. 넓게 닦아 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좁은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새우란 몇 촉과 금난초 몇 촉, 은난초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옥녀꽃대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산 속에서 보냈다. 풍성한 수확을 얻은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왔다. 길이라고 해야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하나, 그리고 좌우로 갈라진 길 두어 개가 전부였다. 만족감에 가득 찬 하산길은 잠시 후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길 끝에 높은 옹벽이 떡하니 나타났다. 뛰어내리기에는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길을 더듬고 다른 길로 내려왔다. 역..
백당나무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 수국과 흔하게 혼동하는 꽃이다. 자세히 보면 꽃도 잎도 다르다. 같은 나무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대신, 곤충을 유혹하는 바깥쪽 꽃잎이 꽃줄기 전체에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피는 것을 '불두화'라고 부른다. 마치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불두화를 검색하면 자생식물은 ‘백당나무(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로, 재배식물은 ‘불두화(Viburnum opulus f. hydrangeoides (Nakai) Hara)’로 나온다는 점이다. 묘하게 흐트러지지 않고..
“ 광명시의 관광명소인 '광명동굴'에서 열리고 있는 의 실사판 벽화 중 하나.대략 2만년전쯤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한다.이 그림들을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고 현장 해설사가 설명해주었다.2만년전, 현생인류도 아닌 크로마뇽인들이 그린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누가 알겠는가?그저 '그럴 것이다'하고 추측하는 정도겠지.아마도 학자들이라면 보다 더 합리적인 이유가 있겠지만,그래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싶다.멀리 프랑스의 한 계곡에서 발견된 2만년전의 역사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반가울 따름이다.정확한 명칭은 이다.오는 9월 4일까지 열리며, 쉬는 날은 없다고 한다.아이들과 함께 가기에 더 없이 좋은 전시회다. ”
“평택 마린센터에서 본 서해대교.푸른색 창너머로 촬영해 녹청색이 강한 것을 보정했다.오른쪽으로 가면 자동차수출부두를 비롯해 컨테이너부두까지 복잡하지만,사진 속 풍경은 한적하기만 하다.서해안 고속도로의 백미지만, 그 밑의 평택항은 당진과 관할권 다툼으로 멍이 제법 들었다.사연은 많지만 사진은 그저 한가로워 보인다.여름 땀빼며 취재다닌 흔적도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 ”
“ 몇 해 전, 봄을 앞두고 찾은 가평의 쁘띠프랑스.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풍광이 멋져 한 컷 촬영했다.나름 유럽의 어딘가라 해도 믿을 것 같은 풍경이다.지인의 말처럼 사진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진실을 가장해 왜곡하는 것이 맞나보다.”
20년 훨씬 넘게 지방 취재로 전국 각 지역을 돌아다닌 덕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무척이나 익숙한 존재였다. 1990년대의 휴게소는 어딜 가나 비슷했다. 지역에 따라 판매되는 주요 생산물이 바뀌는 정도만 차이가 났다. 식사도 대부분이 자율배식 형태였다. 물론, 이 자율배식 반찬도 휴게소 마다 맛있는 것들이 있었고, 꽤나 괜찮은 음식을 파는 곳도 더러 있었다.요즘 휴게소는 도로공사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대를 한 곳이 많다. 입점업체들도 도심의 푸드코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판기 커피가 아닌 브랜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쉬면서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러한 휴게소의 변화를 가장 격하게 느꼈던 곳이 바로 ‘덕평자연휴게소’였다. 경기도에서 발행하는 경제잡지를 만들면서 주 취재 영역이 경기도가 됐고, 자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