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야생화탐사 (6)
들꽃소리
앵초 Primula sieboldii E.Morren 앵초는 다른 야생화와는 달리 귀티가 묻어난다. 좀 더 분명하게 표현하면, 집안에서 키우는 화초같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산에서 만나면 왠지 누군가 일부러 심어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흔한듯하지만 정작 만나기는 쉽지 않다. 물이 있는 습한 곳에서 자란다. 개인적으로 자생지 몇 곳을 알고는 있지만, 바쁜 일상에 쫓기다 찾을 때면 꽃 피는 시기를 놓치기 일쑤다. 앵초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계명대학교 김종원 교수가 쓴 2권에 잘 설명되어 있다. 짧게 옮기면 일본명 그대로의 표기이며, 앵두와 앵초의 앵(櫻)은 모두 앙증맞은 어린 여자아이의 모습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앙증맞고 사랑스럽다는 뜻이라고. 강원대학교 이우철 교수가 엮은 에는 앵초..
백당나무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 수국과 흔하게 혼동하는 꽃이다. 자세히 보면 꽃도 잎도 다르다. 같은 나무지만 열매를 맺지 못하는 대신, 곤충을 유혹하는 바깥쪽 꽃잎이 꽃줄기 전체에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피는 것을 '불두화'라고 부른다. 마치 부처님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알고 있는데, 사찰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 불두화를 검색하면 자생식물은 ‘백당나무(Viburnum opulus var. calvescens (Rehder) H. Hara)’로, 재배식물은 ‘불두화(Viburnum opulus f. hydrangeoides (Nakai) Hara)’로 나온다는 점이다. 묘하게 흐트러지지 않고..
매뉴얼 그까짓 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늘 소홀한 것이 있다. 매뉴얼을 숙지하는 일이다. 사진은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 기계를 제대로 잘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카메라는 빛을 조절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영상이 담기도록 하는 기계다. 카메라에는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장치가 있다. 조리개, 셔터, 감도가 그것이다. 조리개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의 넓이로, 셔터는 시간으로 빛의 양을 조절한다. 감도는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한다. 현재 감도는 ISO라는 국제 규격을 사용하는데, 과거 필름에는 ASA나 DIN 같은 미국 또는 유럽의 규격이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기에 알맞은 적정노..
찾으면 찾으리라 2008년 여름 서해안의 한 섬을 방문하자는 연락이 왔다. 거기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식물이 있다고 했다. 한적한 해변에 무릎까지 오는 식물들이 둑을 따라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개정향풀’을 그렇게 만났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개정향풀의 발견 소식은 2005년 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10년대 일본 학자가 만든 표본 외에는 전해지는 것이 없고, 가까이는 1977년 여름 이영노 박사가 충북 단양에서 꽃이 피지 않은 몇 개체를 촬영해 한국식물도감에 실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 번 발견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개정향풀 군락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무렵 ‘이거 못 찾은 거야? 안 찾은 거야?’하는 의문까지 들었었다..
석산Lycoris radiata (L’Her.) Herb. 원산지가 중국인 석산(石蒜)은 상사화의 사촌이다. 우리나라에서 꽃무릇이라는 이름도 얻었지만, 정명은 석산이다. 수선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인경(鱗莖)이라고 하는 비늘줄기로 번식을 한다.상사화라는 이름은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는데서 유래한다. 상사화의 잎은 봄에 올라와 여름에 마르고, 잎이 마른 다음 꽃이 피기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연인을 연상해 붙여진 이름이다. 석산은 꽃이 시들면 새잎이 올라와 월동을 하고 꽃이 피기 전 마른다. 석산이라는 이름은 이름 그대로 ‘돌마늘’이란 뜻으로, 인경의 모습에서 유래한다. 우리나라에서 만날 수 있는 사촌들로는 진노랑상사화, 붉노랑상사화, 위도상사화, 흰상사화, 백양꽃 등이 있다.석산은 주로 남해안 일대의..
큰개불알풀 Veronica persica Poir. 이름이 좀 거시기한 이 꽃은 봄날 양지바른 길가나 담장 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다. 보랏빛이 도는 1㎝가 채 안 되는 꽃이 땅에 붙은 듯 낮게 핀다. 특이하게 솟은 두 개의 수술이 인상적이다. 암술은 한 개. 꽃이 지고 나면 맺히는 씨앗의 모양에서 큰개불알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사실 이 이름도 일본의 이름을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을 하면 형광빛이 도는 꽃의 색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직사광선 보다는 그늘을 만들어 촬영하는 것이 팁. 사진의 꽃은 직사광선 아래서 촬영했다. 이름이 거시기하다고 요즘은 ‘봄까치꽃’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마치 ‘개불알꽃’을 ‘복주머니란’이라고 고쳐 부르듯이. 남쪽에는 이 보다 꽃이 아주 작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