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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봄맞이Androsace umbellata (Lour.) Merr. 들판에서 만나는 우리 봄꽃들은 대부분 키들이 작다. 꽃을 자세히 보려면 고개를 숙이고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그래서 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무심히 스쳐지나가고, 그런 이유로 잡초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봄맞이도 꽃이 작다. 논둑이나 들판 적당히 습기가 있는 햇볕 아래에서 하얀꽃을 다닥다닥 피운다. 얼핏 보면 소금을 뿌려놓은 듯 보일정도다. 이름 그대로 이른 봄에 피어 봄을 맞이하는 꽃이란 뜻이다. 빠른 봄꽃은 2~3월부터 피지만, 봄맞이는 4~5월에 피니 꼭 맞는 이름은 아닌 듯싶다. 사진은 가평에서 촬영했다. 오지 시골마을 안에 있는 논두렁에서 만났다. 꽃의 배치도 절묘하고 높낮이도 같아서 얕은 조리개로 꽃망울부터 만개한 것까지 ..
사진은 장비다 예술 분야 중 사진처럼 장비 덕을 톡톡히 보는 장르도 드물다. 많은 사진가들이 더 고급스럽고 비싼 장비를 선호한다. 제조회사들 역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제품을 분류해 은연 중에 자존심을 자극한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 보다 다른 사진가의 카메라에 더 눈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법 오래 전 필름 카메라가 대세이던 시절, 유명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있던 한 친구가 경복궁 출사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말미에 “말로만 듣던 카메라를 오늘 모두 보고 왔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명품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며 부러움에 잠겼다. 지금도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보면 여전히 탐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따라..
애기송이풀[Pedicularis ishidoyana Koidz. & Ohwi] -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이다. 다른 이름으로 천마송이풀이 있는데, 이는 개성의 천마산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자생지가 국내에 한 두 곳 정도로 알려졌지만, 최근 가평, 연천, 횡성, 경주, 제천, 거제 등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고 있다.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을 찾은 것은 4월 말이었다. 맑고 화창한 날씨와 따뜻한 햇살 탓에 기분은 상쾌했다. 목표는 애기송이풀이었다. 애기송이풀은 멸종위기 야생생물2급으로 지정된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힌트는 이곳에서 애기송이풀을 발견했다는 사람이 올린 한 장의 풍경사진이었다. 어쨌거나 그 사진으로 대략의 위치를 알 수 있었고, 인근을 헤맨 끝에 자생지를 발견했다. ..
개나 소나 찍는 사진(?) 어느 해 봄 가평의 화야산 자락을 헤매고 있었다. 봄 야생화가 많은 곳이라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동료 사진가와 함께 등산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야생화를 살피고 있는데, 등산복을 잘 차려 입은 두 중년 여성이 옆을 지나갔다. 미리 와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모양새였다. 사실 사람들이 오가는 데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좀 멋쩍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고르는데 스쳐가듯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사진을 찍어.”꼭 그렇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때는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로 들렸다. 둘 모두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크게 웃었다. “졸지에 개하고 소가 됐네.”사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대중화된 적이 없다...
제비꽃은 어려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go.kr)’에 등록된 제비꽃은 60여종이다. 종류가 많다보니 제비꽃만 모은 도감이 나올 정도다.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만나는 제비꽃이다 보니 처음에는 무턱대고 촬영을 했지만, 나중에 분류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미분류 상태로 잠자고 있는 사진도 적지 않다.제비꽃의 색은 크게 보라색(짙거나 옅은 차이는 있지만),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그 중에는 태백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처럼 향이 나는 꽃들도 있다. 함께 촬영을 다니는 사람 중에 제비꽃만 열심히 공부한 분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 때마다 옆에서 분류를 해주어서 지금 정리해둔 것이 거의 그의 공이다. 제비꽃은 참 아련한 꽃이다. 북방 오랑캐가 쳐들..
연복초 Adoxa moschatellina L. 사실 우리나라 자생화 중에는 정말 유심히 살펴보지 않으면 꽃이 피었는지 조차 알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연복초도 그렇다. 꽃의 크기가 2~3mm 정도 되고, 마치 네모난 상자처럼 꽃대 끝에 모여 사방으로 네다섯개 가량 핀다. 꽃이 피는 시기는 이름에 잘 나타나 있다. 연복초란 이름은 복수초를 캐는데 따라 나온다고 해서 붙여졌단다. 꽃대의 높이도 높지 않고 꽃의 색도 연록색으로 화려하지 않아 화려한 복수초와는 느낌이 많이 다른 꽃이다. 광릉숲에 많고 제주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한다. 도감에는 가야산과 북부지방의 높은 지대라고 되어 있다. 생각보다 쉽게 만나지는 않는 꽃이다. 사진의 연복초는 강원도 인제의 곰배령 일대에서 촬영했다. 연복초과의 여러해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