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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8. 제비꽃은 어려워

이우형 2015. 12. 31. 08:58

제비꽃은 어려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go.kr)’에 등록된 제비꽃은 60여종이다. 종류가 많다보니 제비꽃만 모은 도감이 나올 정도다.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만나는 제비꽃이다 보니 처음에는 무턱대고 촬영을 했지만, 나중에 분류하는 것이 여간 고역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미분류 상태로 잠자고 있는 사진도 적지 않다.

제비꽃의 색은 크게 보라색(짙거나 옅은 차이는 있지만), 흰색, 노란색으로 나뉜다. 그 중에는 태백제비꽃이나 남산제비꽃처럼 향이 나는 꽃들도 있다. 함께 촬영을 다니는 사람 중에 제비꽃만 열심히 공부한 분이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촬영 때마다 옆에서 분류를 해주어서 지금 정리해둔 것이 거의 그의 공이다.

제비꽃은 참 아련한 꽃이다. 북방 오랑캐가 쳐들어올 무렵 꽃이 핀다고 해서 부르는 이름 오랑캐꽃은, 제비꽃으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보릿고개, 춘궁기를 겪는 것도 힘든 시기에 곡식을 노략질하러 오는 오랑캐들이라니. 하지만 제비꽃이 피는 것을 보고 방비라도 했을 테니, 달리 생각하면 고마운 꽃이기도 했을 것 같다.

2001년 작고한 미국의 저명한 인류학자 마빈 해리스가 쓴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을 보면, 어떤 지역의 환경에 맞춰 최선의 생존방식을 찾은 것이 문화란 이름으로 남았다고 한다. 그러니 문화에는 미개도 열등도 선진도 우월도 없는 셈이다. 이름에 담긴 의미도 그리 이해하면 쉬울 듯싶다.

제비꽃을 놓고 머리 아파하다가 문화의 평등이라니, 엉뚱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생각이 그리 흘러가는 것을 어쩌랴.





민둥뫼제비꽃

Viola tokubuchiana var. takedana

(Makino) F.Maek.

● 제비꽃과의 여러해살이풀

● 의왕 청계산, 2008년 4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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