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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6. 60마 예찬

이우형 2015. 12. 17. 11:00

60마 예찬

 

사진을 하는 사람들은 각종 장비들의 이름을 줄여 별칭으로 부르는 버릇이 있다. 캐논의 100마크로 렌즈는 백마’, 흔히 사용하는 70-200줌 렌즈는 백통’, 85렌즈는 만두등으로 부른다. 필자가 야생화 촬영 때 주로 사용하는 렌즈는 니콘의 60마크로 렌즈다. 이름하여 ‘60’. 요즘 나온 신형이 아니고, 구형이다. 대략 10년 전에 중고품을 구입해 아직도 잘 쓰고 있다. 야생화 사진의 거의 대부분이 이 ‘60와의 합작품이다.

세월에 걸맞게 곳곳에 상처가 나 있고, 함께 따라왔던 UV 필터에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가끔 신형 렌즈의 성능이 궁금해질 때가 있지만, 여전히 생생한 오랜 지기(知己)의 노익장만큼 미더워 보이지 않아 이내 눈길을 돌리고 만다.

특히 1.5 크롭바디인 D300s60마의 조합은 환상적이다. 야생화 풍경사진보다 접사를 즐기는 탓에 트리밍 없이 더 확대해 촬영할 수 있는 이 조합은 가히 드림팀이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삼각대 없이 손으로 촬영해도 어지간해서는 흔들림도 없다.

어떤 작가들은 삼각대를 안 쓴다고 타박하지만, 60마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삼각대를 쓰는 것이 오히려 불편할 때가 있다. 초점거리가 짧은 탓이다. 망원계열의 105마크로 렌즈와 1.5 크롭바디의 조합은 흔들림에 민감해 가능하면 삼각대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60마의 단점도 있다. 짧은 초점거리 탓에 근접하기 어려운 피사체의 접사가 쉽지 않다는 점이 그것이다. 사진을 하다보면 장비병에 쉽게 빠진다. 부족하면 새로운 장비에 눈을 돌리게 되고, 이 현상은 계속 반복된다.

과거 군에서 옷이 맞지 않으면 몸을 맞추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마찬가지로 촬영의 단점을 보완할 새 장비를 탐하기에 앞서, 몸을 맞춰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금강애기나리

Streptopus ovalis (Ohwi) F.T.Wang & Y.C.Tang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

가평 도마치, 2008517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8, 1/90,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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