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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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산 유감
변산바람꽃은 이름 그대로 변산에서 처음 발견된 꽃이다. 2006년 2월 말경인가 부안 일대를 돌면서 변산바람꽃을 촬영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꽃인 줄 알았다. 마을 뒤 밭둑과 산언저리에 몇 개체씩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는 변산바람꽃을 ‘땅꽃’이라고 불렀다. 그 때도 유명세 탓에 제법 많은 사진가들이 와 있었다.
그 변산바람꽃이 경기도 일대에서도 자라고 있다. 이중 많이 알려진 자생지는 풍도와 수리산이다. 수리산의 자생지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08년 봄이었다. 임도 옆으로 보일 듯 난 산길을 따라 10분 정도 올라가면 계곡 주변으로 변산바람꽃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당시에는 군락지란 이름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개체수도 많았다.
두 번째 방문한 것은 2014년 봄이었다. 산길 입구에 변산바람꽃 사진이 그려진 커다란 안내판과 나무 데크가 눈에 들어왔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서 정작 주인공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무리지어 피어 있던 곳에는 고생의 흔적이 역력한 꽃 몇 포기가 눈에 들어왔다.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축 늘어진 꽃을 억지로 세워서 촬영하고 있었다.
마음이 짠했다. 메고 있던 카메라를 손에 잡아 보지도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촬영하고픈 생각이 들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에 손을 타지 않은 두 포기를 만났다. 반가웠다.
부드럽던 땅은 다져져 단단해졌고, 어렵게 올라온 꽃들은 손을 타느라 정신이 없는 이 상황이 안쓰러웠다. 꽃들의 터전을 이렇게 만든 우리는 모두 침략자들이다. 입구의 커다란 안내판은 머지않아 주인을 잃을 것 같다.
변산바람꽃
● Eranthis byunsanensis B.Y.Sun
●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
● 군포 수리산. 2014년 3월 7일
◎ Camera Tip
Nikon D800, Sigma 150mm Macro, f/4.5, 1/160초,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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