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잡지 (9)
들꽃소리
나도개감채 Lloydia triflora (Ledeb.) Baker 5월은 가장 많은 야생화가 피는 달이다. 야생화 탐사를 다니는 사람들도 이 시기가 가장 즐겁다. 조금 깊고 높은 산에 올라가면 온갖 야생화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개감채가 피는 시기도 이때다. 사진의 나도개감채는 5월 청계산에서 촬영했다. 나도개감채는 식물 자체가 여리고 작은데다 꽃도 특별히 눈에 띄는 색이 아니라서 얼핏 찾기가 쉽지 않다. 등산로 주위에서 만날 수 있기는 하지만 눈 여겨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흔히 우리 꽃들 중에 ‘나도’나 ‘너도’가 앞에 붙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원래 이름을 가진 식물과 유사하다고 해서 붙여진다. 나도개감채에게 ‘나도’를 붙여준 개감채라는 식물도 물론 있다. 크기와 꽃의 모양은 비슷하..
처진물봉선 Impatiens koreana (Nakai) B.U.Oh 물봉선은 귀한 꽃도 아니지만 흔하게 보이는 꽃도 아니다. 붉은색을 띤 물봉선은 습기가 많은 도랑이나 산지 배수로 등에서 비교적 많이 자생한다. 하지만 물봉선도 종류가 적지 않고 다른 종류의 물봉선들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노랑물봉선, 흰물봉선이 그 다음으로 많이 발견되는 종류다. 국가생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물봉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은 8종이다. 앞서 이야기한 3종 외에 가야물봉선, 미색물봉선, 산물봉선, 제주물봉선, 처진물봉선 등이 그것들이다. 이번 달에 만나 볼 꽃은 이 중 처진물봉선이다. 처진물봉선은 얼마 전까지 거제물봉선으로 불렸다. 거제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이렇게 불렸으나 남해안 지방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탓인지 이름..
흰진범 Aconitum longecassidatum Nakai 한방에 초오(草烏)라고 불리는 약재가 있다. 독성이 매우 강한 이 약재는 두통이나 복통, 반신불수, 구안와사 등에 쓰인다. 진통, 진정, 항염, 국부마비완화 등의 약리작용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초오가 바로 투구꽃과 그 근연종의 뿌리다. 흰진범을 이야기하면서 초오 이야기를 꺼낸 것은 흰진범도 이 범주에 드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영화 ‘조선명탐정:각시투구꽃의 비밀’에 나온 그 각시투구꽃도 같은 식구들이다. 각시투구꽃은 북쪽에서 자생하는 식물이지만, 흰진범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다. 투구꽃 형제들 대부분이 보라색이나 남색을 띄지만 흰진범은 이름처럼 흰색에 가깝다. 덩굴성이고 길이는 대략 1m 정도다. 초오로 불리는 뿌리를 가진 식물..
애기송이풀 Pedicularis ishidoyana Koidz. & Ohwi 좀처럼 얼굴을 보기 힘든 꽃들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멸종위기종이란 꼬리표가 붙은 식물의 얼굴을 보기란 정말 힘들다. 애기송이풀이 그런 꽃들 중 하나다. 식물을 찾으러 다니다 보면, 도감의 사진과 설명만으로 불충한 경우가 많다. 분명히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찾으러 나섰는데 막상 만나면 기대와 다른 경우다. 처음 애기송이풀을 찾으러 나섰을 때, 이 꽃이 바닥에 붙어서 필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도감에는 잎의 길이나 꽃대의 길이에 대한 설명은 있지만 그게 쉽게 와 닿질 않기 때문이다. 2006년 봄, 말로만 듣고 찾아가 계곡을 뒤진 끝에 애기송이풀을 만났다. 처음에는 한 곳에서 오롯이 모여 있어 ‘아! 여기뿐인가 보다’..
독일 프라이부르크(Freiburg) 지붕엔 태양전지판, 도로엔 전차 물결 독일의 환경수도, 태양의 도시로 불려… 보행자와 자전거 천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절묘한 조화. 프라이부르크의 첫인상은 그랬다. 프라이부르크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만해도 온통 태양전지판으로 가득 찬 현대 도시를 연상했었다. 하지만 막상 찾은 프라이부르크는 과거의 모습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예스러운 도시였다. 독일의 환경수도로 불리며, 탄소제로 도시의 모범으로 꼽히는 이 도시의 진가는 첫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거리를 걸으며 느껴야만 비로소 이 도시가 왜 환경수도로 불리는 지 알 수 있다.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환경수도 프라이부르크와의 만남은 거리에서 시작됐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역사 뒤로 태양전지를 벽에 붙인 솔라빌딩이 보..
구슬붕이 Gentiana squarrosa Ledeb. var. squarrosa 양지바른 풀밭을 걷다보면 발끝으로 자그마한 꽃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나팔처럼 생긴 보라색 또는 연한 자주색의 이 꽃은 크기도 아주 작다. 꽃받침통의 길이가 5mm 내외, 화관통의 길이는 이 보다 2배정도 긴 13mm 정도다. 꽃은 무리지어 피는데, 뿌리 부분에서 여러 줄기가 올라 와 가지 끝에 꽃이 달린다. 생긴 모양에서 알다시피 용담을 아주 많이 닮았다. 당연히 용담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구슬붕이를 처음 본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참 많은 곳에서 만났다. 멀리는 강원도 금대봉에서부터 가깝게는 수원 칠보산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한두 번은 마주쳤다. 꽃이 작아서 그런지 만날 때마다 반갑고 집중해서 촬영을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