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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남해 바닷가에 살고 있어 - 처진물봉선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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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남해 바닷가에 살고 있어 - 처진물봉선

이우형 2011. 12. 27. 10:32



처진물봉선
Impatiens koreana (Nakai) B.U.Oh

물봉선은 귀한 꽃도 아니지만 흔하게 보이는 꽃도 아니다. 붉은색을 띤 물봉선은 습기가 많은 도랑이나 산지 배수로 등에서 비교적 많이 자생한다. 하지만 물봉선도 종류가 적지 않고 다른 종류의 물봉선들은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노랑물봉선, 흰물봉선이 그 다음으로 많이 발견되는 종류다. 국가생물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물봉선이라는 이름이 붙은 꽃은 8종이다. 앞서 이야기한 3종 외에 가야물봉선, 미색물봉선, 산물봉선, 제주물봉선, 처진물봉선 등이 그것들이다.
이번 달에 만나 볼 꽃은 이 중 처진물봉선이다. 처진물봉선은 얼마 전까지 거제물봉선으로 불렸다. 거제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이렇게 불렸으나 남해안 지방 여기저기에서 발견된 탓인지 이름이 바뀌었다.
처진물봉선은 아주 오랫동안 벼루고 별러서 촬영한 꽃이다. 거제도가 먼 탓도 있었고, 시기도 맞추기 쉽지 않아서였다. 힘들고 어렵게 찾아간 그곳 자생지에는 꽃이 허무함마저 느껴질 정도로 지천이었다. 해변을 가득 메우고 있는 장관이라니...
처진물봉선의 줄기와 잎 그리고 꽃달림은 노랑물봉선과 거의 같았다. 다만 꽃의 색이 확연히 달랐다. 일반 물봉선과 달리 거(距)가 스프링처럼 말리지 않는 것이 차이다. (노랑물봉선 역시 말리지 않는다.) 지금의 이름은 거기서 유래했다.
봉선화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월간 茶道 2012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