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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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 소나 찍는 사진(?)
어느 해 봄 가평의 화야산 자락을 헤매고 있었다. 봄 야생화가 많은 곳이라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동료 사진가와 함께 등산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야생화를 살피고 있는데, 등산복을 잘 차려 입은 두 중년 여성이 옆을 지나갔다. 미리 와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모양새였다.
사실 사람들이 오가는 데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좀 멋쩍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고르는데 스쳐가듯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사진을 찍어.”
꼭 그렇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때는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로 들렸다. 둘 모두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크게 웃었다.
“졸지에 개하고 소가 됐네.”
사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대중화된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너도나도 사진을 배우고 싶어 하고 출사를 나간다. 그렇다고 그 ‘너도나도’를 개나 소 취급해서는 곤란하다. 자신의 사진에 대한 자부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자부심이란 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취미 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돋보이고 싶어 한다. 난초를 하는 사람들은 더 뛰어나고 비싼 난을 갖은 것으로, 산을 타는 사람들은 더 많은 정상을 밟은 것으로 자랑을 한다. 아마추어임에도 불구하고 프로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인지상정이다. 그렇다고 누군지도 모르는 상대를 개나 소로 만들어서야……. 사진은 좋은 카메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본 세상을 마음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통해 인정받는다.
종덩굴
● Clematis fusca var. violacea Maxim.
● 미나리아재비과의 낙엽 덩굴나무
● 화성, 2013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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