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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13. 사진은 장비다

이우형 2016. 2. 16. 22:18

사진은 장비다

 


예술 분야 중 사진처럼 장비 덕을 톡톡히 보는 장르도 드물다. 많은 사진가들이 더 고급스럽고 비싼 장비를 선호한다. 제조회사들 역시 보급기, 중급기, 고급기로 제품을 분류해 은연 중에 자존심을 자극한다. 출사를 나가면 사진 보다 다른 사진가의 카메라에 더 눈이 많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제법 오래 전 필름 카메라가 대세이던 시절, 유명 잡지사에서 사진기자로 있던 한 친구가 경복궁 출사대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 그 친구는 말미에 말로만 듣던 카메라를 오늘 모두 보고 왔네라며 웃었다. 그날 우리는 명품 카메라 이야기를 나누며 부러움에 잠겼다.

지금도 좋은 카메라나 렌즈를 보면 여전히 탐난다. 그렇다고 그 많은 사진 관련 장비를 모두 구비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주머니 사정이 따라주질 않는다. 조금 냉정하게 다시 생각해보면, 사 놓고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비도 여럿 있다.

사진을 처음 배울 때는 온갖 장르를 모두 섭렵하게 된다. 심지어 행사 촬영 부탁이 들어오면 그것마저 고맙다. 그러다가 자신만의 작품관이 형성되면서 특별한 분야나 정체성을 고집하게 된다. 그러면 장비는 점점 고정된다. 이쯤 되면 오히려 시판되는 장비 중 자신이 원하는 게 없는 경우마저 생긴다. 조금 더 열심인 사람은 자신에게 맞는 장비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사진은 카메라를 통해 생산되는 예술이다. 화가는 좋은 붓을, 음악가는 좋은 악기를, 조각가는 좋은 칼을 원하는 것처럼 사진가는 좋은 카메라를 원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면 쓸모가 없다. 장비는 결국 도구일 뿐이다. 자랑거리는 더더욱 아니다.




처녀치마

Heloniopsis koreana Fuse & N.S.Lee & M.N.Tamura

● 백합과의 숙근성 여러해살이풀

● 남양주 천마산, 2008년 3월 28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4.8, 1/250초, IS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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