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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제법 괜찮은 풍경들

경기도 이천 / 덕평자연휴게소 겨울 밤 풍경

이우형 2016. 1. 3. 21:22



20년 훨씬 넘게 지방 취재로 전국 각 지역을 돌아다닌 덕에 고속도로 휴게소는 무척이나 익숙한 존재였다. 1990년대의 휴게소는 어딜 가나 비슷했다. 지역에 따라 판매되는 주요 생산물이 바뀌는 정도만 차이가 났다. 식사도 대부분이 자율배식 형태였다. 물론, 이 자율배식 반찬도 휴게소 마다 맛있는 것들이 있었고, 꽤나 괜찮은 음식을 파는 곳도 더러 있었다.

요즘 휴게소는 도로공사에서 직접 운영하지 않고, 임대를 한 곳이 많다. 입점업체들도 도심의 푸드코트와 별반 다르지 않다. 자판기 커피가 아닌 브랜드 커피도 마실 수 있고, 쉬면서 쇼핑을 즐길 수도 있다.

이러한 휴게소의 변화를 가장 격하게 느꼈던 곳이 바로 덕평자연휴게소였다. 경기도에서 발행하는 경제잡지를 만들면서 주 취재 영역이 경기도가 됐고, 자주 가게 되는 이천과 여주 취재 때에 꼭 들리는 휴게소가 바로 덕평자연휴게소가 됐다.

덕평자연휴게소가 문을 연지 얼마 안됐을 무렵, 여주를 갔다 오는 길에 간판 속 자연이라는 이름이 눈에 확 들어왔다. 궁금한 생각에 들어갔는데, 이건 휴게소가 아니라 자그마한 쇼핑타운과 다르지 않았다. 공사가 덜 끝났지만 넓은 정원이 있고, 크고 깨끗한 화장실에, 각종 의류를 파는 매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렇게 영동고속도로를 탈 때면 꼭 방문하게 되는 단골 휴게소가 됐다. 처음에는 상행선에서만 들어갈 수 있었지만, 이후 하행선에서도 들어갈 수 있게 되면서 가고 올 때 모두 들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상행선이 생긴 것은 2007년이었고, 하행선은 2009년에 완공됐다. 상하행선 모두 같은 휴게소를 이용한다. 이곳에는 애견들을 위한 공간이 있고, 소고기국밥은 2014년 약 37만 그릇이 팔려 전국 휴게소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메뉴로 집계되기도 했다.

덕평자연휴게소 이후 전국의 고속도로휴게소들은 점차 비슷한 모양으로 변해갔다. 가끔은 옛날 휴게소의 느낌이 그리울 때가 있지만, 지방취재가 뜸해진 지금 생활공간과 친숙한 느낌을 주는 요즘 휴게소의 분위기가 그리 싫지만도 않다.

해가 짧은 겨울 초저녁의 덕평자연휴게소를 시그마의 15mm 광각렌즈로 촬영해봤다.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재미있는 사진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