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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야기/제법 괜찮은 풍경들

경기도 양평 / 구둔역 설경

이우형 2016. 1. 1. 17:50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와 이제훈이 손을 잡고 나란히 걷던 철길 장면의 배경이 된 곳이다.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역으로, 지난 200612월 문화재로 등록됐다. 역사를 중심으로 좌우 각 300m 가량의 철길이 가량이 남아 있고, 옛 역사와 승강장, 사무실, 숙직실 등이 보존되어 있다.

자료에 따르면 구둔역(九屯驛)은 일제 강점기 때인 194041일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지난 2012년 중앙선이 개통되고 새로운 역이 약 1북쪽에 생기면서 폐쇄됐다. 당시 새로 생긴 역에 구둔역이라는 명칭이 주어졌지만, 이듬해 일신역으로 변경되면서 구둔역은 이곳을 가리키는 이름으로 남게 됐다구둔은 임진왜란 당시 이곳 인근산에 9개의 진을 구축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진다.

잡지에 겨울여행지로 양평 일대를 소개하기로 하고, 구둔역을 찾았다. 구둔역이 있는 경기도 양평군 지평면 일신리는 당시 농촌테마마을인 영화마을로도 유명했기에, 역 보다는 마을 이야기가 궁금했었다. 하지만 체험마을로서의 면모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특별한 것은 마을보건소 옥상에 설치된 천문대가 인상 깊었다. 마을사랑방 같은 보건소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취미활동과 문화활동을 하고 있기도 했다.

구둔역은 불과 십수년전만해도 인근 양평장을 찾기 위해 사람들이 붐비던 역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본래의 역할이 흐려지고, 영화는 세월 속으로 사라졌다. 길 따라 번영과 쇠락이 이어지는 문명의 역사를 구둔역에서도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