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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좁은잎해란초Linaria vulgaris Mill. 처음 누군가 해란초 이야기를 했을 때 생김새도 알지 못한 채 무작정 떠난 기억이 있다. 동해안의 해변가 모래밭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보면 알겠지’ 하는 생각으로 무작정 찾아 갔다. 생김새는 몰랐지만 키는 좀 크려니 했는데, 강릉 인근의 한 해변에서 만난 해란초는 모래 바닥에 거의 붙어 자라고 있었다. 좁은잎해란초는 더 엉뚱하게 만났다. 국립수목원을 어슬렁거리다가 눈에 익은 꽃이 보여 ‘숲에 웬 해란초’하고는 살펴보니 잎이며 키가 달랐다. 그렇게 좁은잎해란초가 있다는 것을 또 알았다. 식물사진을 촬영한다는 사람치고는 상당히 무지한 자세지만, 식물학자도 아니니 이렇게 저렇게 하나씩 만나면서 배우는 것이 재미있고 신기하기는 하다. 사진은 그 때 촬영한 ..
낙지다리를 줍다 낙지다리라는 식물이 있다. 하천변 등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좀처럼 보기 어려워 ‘약관심종’으로 보호받는, 제법 귀한 몸이다. 줄기가 올라와 끝에서 여러 가지로 갈라지고, 그 가지를 따라 하얀색 꽃이 줄지어 핀다. 꽃이 지고 나면 낙지의 빨판을 닮은 열매가 달리는데, 그 모습이 낙지의 다리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낙지다리라는 지극히 직설적인 이름을 얻었다. 어느 해 여름, 수원과 화성을 가로질러 흐르는 황구지천변에 이 낙지다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 나섰다. 키가 큰 하천 식물들을 헤집고 무릎 높이의 낙지다리를 찾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국 못 찾았다. 대신 다른 꽃들만 풍성하게 촬영했다.잊고 살다가 2014년 가을, 집 근처의 한 식물원을 찾았다. 그저 산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