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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산부채 Calla palustris L. 꽃집에서 흔하게 보는 ‘칼라’와 같은 집안이다. 그러나 학명으로 보자면 오히려 칼라(zantedeschia aethiopica’)보다 ‘산부채’가 더 적자(嫡子)다. 산부채는 우리나라 이북지방, 함경도 고산습지에서 자란다. 그러니 남쪽에서 만나는 산부채들은 죄다 실향민들이다. 수목원 습지 한 귀퉁이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다 해도 그곳이 고향은 아니다. 사진의 산부채는 포천의 한 수목원에서 촬영했다. 천남성과의 ‘앉은부채’와 사촌뻘이라 이름이 산부채가 됐는데, 이 이름에 의견이 분분하다. 다른 이름으로는 ‘진펄앉은부채’로도 불린다. 습지에 사니 이 이름이 더 어울리는 듯싶기도 하다. 이우철 교수의 ‘한국식물명의 유래’에는 ‘작은 앉은부채라는 뜻의 일명’이라고 되..
미꾸리낚시Persicaria sagittata (L.) H.Gross 논가 도랑이나 습지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사촌으로 고마리, 며느리배꼽, 며느리밑씻개 등이 있는데, 처음 본 사람은 대부분 “그게 그거 아니야?”란 표정을 짓는다. 모두 마디풀과의 한해살이풀이다. 촬영할 때 꽃만 클로즈업하면 고마리와 혼돈하기 쉽다. 줄기와 잎을 함께 촬영하면 멋진 선을 그려낼 수도 있다. 다른 이름으로는 여뀌대, 늦미꾸리낚시, 미꾸리덤불, 여뀟대 등으로도 불린다. 이우철 강원대 교수의 저서 에 따르면 작명 유래가 미상이라고 되어 있다. 반면, 김종원 계명대 교수의 에는 ‘한글명 미꾸리낚시는 가을철에 뱀장어를 잡는다는 의미의 일본명 아끼노우나기쭈까미(秋の鰻掴み)와 잇닿아 있다’며 ‘거꾸로 생긴 ..
촬영에 임하는 자세 우리 야생화 중 많은 수가 키가 작다. 작다 못해 땅바닥에 붙어 있다시피 한 것도 적지 않다. 어떤 꽃은 삼각대를 거는 것조차 불편할 때가 있을 정도다. 그러니 야생화 촬영을 할 때면 온갖 자세가 다 나온다.언젠가 용인의 한 공원을 일 때문에 방문했다. 습관적으로 훑어보다가 그곳 잔디밭에서 꽃이 핀 벼룩나물을 발견했다. 일은 함께 간 후배에게 맡기고 카메라를 꺼내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는 잔디밭에 얼굴을 파묻고 촬영을 시작했다. 지나가는 행인들이 제법 있었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엎드리고 쪼그려 앉고 무릎을 꿇고 촬영을 했다.얼마 뒤 후배가 다가와 묘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 했어요?”“벼룩나물 촬영했어.”“저기 저 아주머니가 노숙자인줄 알았대요.”“……?”각설하고..
접사는 숨차다 하늘하늘 실바람에 흔들리는 꽃마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바람이 멎은 순간 다시 파인더에 눈을 들이대고 숨을 참는다.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다시 꽃이 흔들린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벌써 20여분을 그렇게 바람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조금 더 꽉 채워 촬영하려고 1.5크롭바디에 60마크로, 그 사이에 접사링까지 끼우고 꽃과 거의 닿을 만큼 렌즈를 들이 밀었다. 숨을 참고 잠시 기다리다보면 멎을 만도 하지만, 야속한 바람은 꼭 숨이 차 고개를 들면 잦아든다. 셔터를 누르고 나면 뭔가 부족해 다시 구도를 잡고, 또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한 컷 촬영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꽃마리의 키가 작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적당히 바람을 막으면 된다. 가방에 트레이싱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