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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접사는 숨차다 하늘하늘 실바람에 흔들리는 꽃마리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잠시 바람이 멎은 순간 다시 파인더에 눈을 들이대고 숨을 참는다.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다시 꽃이 흔들린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벌써 20여분을 그렇게 바람과 싸우고 있는 중이다.조금 더 꽉 채워 촬영하려고 1.5크롭바디에 60마크로, 그 사이에 접사링까지 끼우고 꽃과 거의 닿을 만큼 렌즈를 들이 밀었다. 숨을 참고 잠시 기다리다보면 멎을 만도 하지만, 야속한 바람은 꼭 숨이 차 고개를 들면 잦아든다. 셔터를 누르고 나면 뭔가 부족해 다시 구도를 잡고, 또 그렇게 한참을 씨름하다 겨우 한 컷 촬영하는 일이 반복된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꽃마리의 키가 작다는 것이다. 필요하면 적당히 바람을 막으면 된다. 가방에 트레이싱지나..
수염가래꽃Lobelia chinensis Lour. 습지나 논둑에서 만날 수 있는 키 작은 식물이다. 꽃의 이름 수염가래는 꽃의 모양이 수염을 닮았다고 해서, 또 밭을 갈 때 사용하던 가래를 닮은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사진만 촬영해놓고 보면 모양이 숫잔대와도 비슷하다. 둘 다 초롱과 식물이지만, 식물체의 체급은 거인과 난장이처럼 차이가 크다. 줄기가 옆으로 자라며 마디에서 뿌리를 내리는 관계로 대부분 무리지어 군락을 이룬다. 농사를 짓는 입장에서는 논둑의 잡초에 불과하지만, 꽃이 흔치 않은 여름 들녘 야생화 사진가들에게 귀한 피사체가 되어 준다. 전국의 논둑이나 습지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다.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
가는오이풀 Sanguisorba tenuifolia Fisch. ex Link 여름 산길을 걷다보면 햇볕이 잘 들고 땅에 물기가 있다 싶으면 만나게 되는 꽃이다. 키가 1m 정도로 크고 끝에 솔처럼 생긴 꽃이 달리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대의 꽃대가 올라와 끝에 솔 모양의 꽃이 주렁주렁 달린다.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오이풀은 10여종 정도로, 식물체에서 오이냄새가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의 오이풀은 수원의 칠보산에서 촬영했다. 칠보산은 습지가 많아 도시 근교의 야트막한 산치고는 식물상이 풍부한 산이다. 칠보라는 이름이 붙은 식물도 제법 여러 개있다. 많은 특별한 식물을 가지고 있는 산이지만 손을 많이 타 사라지거나 훼손된 것이 많아 아쉽다. 가는오이풀은 장미과의 여러해살이풀로 한방에서는 뿌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