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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길을 잃다 제법 오래전 이야기다. 안면도로 새우란 촬영을 떠났다. 산허리 곳곳에 옹벽이 설치되어 있는 높지 않은 야산이었다. 넓게 닦아 놓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좁은 길을 따라 산을 올랐다. 새우란 몇 촉과 금난초 몇 촉, 은난초도 눈에 들어왔다. 남쪽에서나 만날 수 있는 옥녀꽃대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그렇게 두어 시간을 산 속에서 보냈다. 풍성한 수확을 얻은 우리는 장소를 옮기기 위해 다시 산을 내려왔다. 길이라고 해야 산등성이를 따라 길게 하나, 그리고 좌우로 갈라진 길 두어 개가 전부였다. 만족감에 가득 찬 하산길은 잠시 후 당황스러움으로 변했다. 길 끝에 높은 옹벽이 떡하니 나타났다. 뛰어내리기에는 높이가 상당했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다시 정상으로 되돌아가 길을 더듬고 다른 길로 내려왔다. 역..
찾으면 찾으리라 2008년 여름 서해안의 한 섬을 방문하자는 연락이 왔다. 거기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식물이 있다고 했다. 한적한 해변에 무릎까지 오는 식물들이 둑을 따라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개정향풀’을 그렇게 만났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개정향풀의 발견 소식은 2005년 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10년대 일본 학자가 만든 표본 외에는 전해지는 것이 없고, 가까이는 1977년 여름 이영노 박사가 충북 단양에서 꽃이 피지 않은 몇 개체를 촬영해 한국식물도감에 실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 번 발견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개정향풀 군락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무렵 ‘이거 못 찾은 거야? 안 찾은 거야?’하는 의문까지 들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