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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세상 변하는 속도가 무서울 정도다. 익숙해져 살다 보니, 당연한 듯 느껴지는 많은 물건이 얼마 전까지도 없었던 신문물들이다. 핸드폰이 등장한 때가 1990년대 중반 즈음이고, 스마트폰의 등장은 2010년 전후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처음 PC라는 물건을 만났던 때가 1980년대 초중반 즈음이었다. 그때는 테이프 녹음기를 기억장치로 썼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크를 넣어 DOS로 구동하던 컴퓨터는 1980년대 후반에 만났다. IT 기술의 변화가 가장 극적이라 과거사를 더듬어 봤지만, 사회 변화도 엄청나게 빨라졌고 문화와 가치 인식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현상이 지금은 그렇지 않아 진 것도 많다. 그동안 변하는 세상에 어찌어찌 편승해 잘 버티고 있다가 문득문득 드는 생각이 ..
대부도는 흥미로운 섬이다. 시화호가 만들어지면서 대부도는 이름만 남은 섬이 됐다. 북쪽으로는 시화방조제와 연결되어 있고, 남쪽으로는 화성시와 접해있다. 퉁 쳐서 대부도라고 부르지만, 화성시 전곡항에서 진입하면 차례로 탄도, 불도, 선감도, 대부도로 이어진다. 여기에 북서쪽으로 구봉도까지 붙어있다. 하지만 차를 타고 가면 그 경계를 느끼기 쉽지 않다. 대부도에서 조금 더 서쪽으로 가면 선재도와 영흥도가 연륙교로 이어진다. 인천광역시에 속한 두 섬은 안산시와 직접 연결되지만, 정작 인천과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형국이다. 섬의 역사까지 타고 올라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대부도를 이런저런 이유로 자주 찾다 보니, 모호한 경계 속에서 각기 다른 이름의 섬으로 불리는 것이 신기해 옮겨 보았다. 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어차피 속뜻은 비교 대상이 더 낫다는 이야기니까. 뭔가 혹은 누군가를 닮았다는 이야기는 그런 의미다. 좋은 뜻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더 나은 무언가를 닮았다면 기분 좋은 일일 것이다. 어떤 경우든 느끼기 나름이다. 이야기의 시작이 어려워진 까닭은 ‘쥐똥나무’ 탓이다.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뭔가 지저분한 식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다. 하얗고 앙증맞으며 달콤한 향기까지 은은하게 풍기는 꽃을 가진 이 식물은 우리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담장의 울타리로 많이 사용한다. 각지게 담장처럼 깎아 놓는 경우가 허다하다. 도시에서 주로 마주치게 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골 산언저리나 계곡에서 만나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비록 키 작은 ..
날씨는 차고 파도는 더 차가워 보인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두터운 외투에 목도리를 두르고 서 있어도 바닷가는 추웠다. 그런데도 굳이 겨울 바다를 찾았던 이유를 모르겠다. 컴퓨터를 뒤적이다 사진 한 장을 찾았다. 정확히는 찾았다기보다 눈에 띄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사진은 겨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커다란 바위다. ‘묵호항 까막바위’. 사진에 붙어 있는 이름이다. 촬영한 기억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해변 도로 옆에 거의 틈을 주지 않고 서 있던 바위다. 그 공간을 떼어놓으려 광각렌즈로 촬영했다. 역광이었고 바위는 어두웠다. 나중에 보정을 통해 바위 부분의 디테일을 살렸다. 기억을 더듬어 보자. 처음 까막바위를 만났을 때, ‘바위가 멋지긴 한데 왜 이렇게 도로 옆에 바짝 붙어 있지?’라고 생각했다. 까막..
큰구슬붕이Gentiana zollingeri Fawc. 이른 봄 산과 들의 양지바른 풀밭에서 만날 수 있다. 키는 대략 5~10cm 정도고 꽃의 지름은 1~2cm 정도 된다. 가을에 피는 용담(龍膽)과 꽃이 거의 흡사하지만, 크기는 훨씬 작다. 이름에 ‘큰’이 붙으면 기준이 되는 식물이 있다는 뜻이다. 이름으로만 본다면 ‘구슬붕이’가 종가쯤 되겠다. 여기에 더 작은 ‘좀구슬붕이’도 있다. 이들을 더해 우리나라에 구슬붕이란 이름을 공유하는 사촌들이 7종가량 기록되어 있다. 이름의 유래에 대한 설은 몇 가지 있지만, 개인적으로 꽃봉오리가 구슬을 머금은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는 설이 가장 마음에 든다. 봄 산행에 양지바른 풀밭을 만나면 한 번쯤 고개를 숙여보는 수고도 괜찮을 듯싶다. 용담과의 두해살이풀이다. ..
모데미풀Megaleranthis saniculifolia Ohwi 많은 식물의 이름이 발견된 곳의 지명을 따 붙여지고는 한다. ‘모데미풀’도 그 이름이 지명에서 유래되었다. 지리산 자락인 남원 운봉읍의 모데미 마을(지금의 회덕마을)에서 처음 발견되어서 ‘모데미’란 이름을 얻었다. 모데미풀을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높은 산 습지에 터를 잡고 산다. 지금은 자생지가 전국의 고산지대로 확대되었지만, 국제적으로는 절멸위기종으로 보호가 시급한 식물이다. 번식 자체가 어려운 식물이니, 혹 만나면 예쁘다고 어루만지지 말고 눈으로만 즐기시길…. 미나리아제비과의 여러해살이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