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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파랑새처럼 - 갈퀴현호색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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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나는 파랑새처럼 - 갈퀴현호색

이우형 2010. 9. 1. 09:56
갈퀴현호색[Corydalis grandicalyx B.U.Oh & Y.S.Kim] -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특산식물이다. 4월에 꽃이 피며 4~5개에서 많게는 10여개의 꽃이 총상화서로 달린다. 일반 현호색과는 달리 꽃잎(화통) 옆으로 꽃받침이 발달해 마치 날개모양을 하고 있다. 이 꽃받침의 모양이 갈퀴를 닮았다고 해 갈퀴현호색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중부지방, 특히 강원도의 고산지대에 분포한다.



 

서너해 전인가, 바쁘게 야생화 탐사를 다니던 해가 있었다. 거의 매 주말과 휴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저곳을 뒤지던 시기였는데, 곰배령을 찾은 것도 그 때였다.

강원도 인제에 있는 곰배령은 점봉산을 넘는 고갯길이다. 천상의 화원으로 불리는 이곳은 말 그대로 희귀한 야생화가 즐비한 야생화 천국이다. 처음 찾았을 당시 곰배령은 생태보전지구인가 하는, 뭐 그런 의미의 보호구역이어서 출입이 제한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가 입구를 지키는 군청직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어렵게 허가를 받아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찾은 곰배령은 초입부터 동의나물, 홀아비바람꽃, 왜미나리아재비 등등 수많은 야생화로 반갑게 맞아 주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 특산식물과 희귀보호식물들이 즐비한데, 그중 산행 중에 만난 꽃들로는 금강제비꽃, 한계령풀, 모데미풀 등이 있다. 갈퀴현호색도 물론 거기에 속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꽃으로는 흰얼레지가 있다.

5월의 곰배령은 바람꽃들과 얼레지 세상이다. 특히 얼레지는 그 꽃모양이 크고 아름다워 군락지의 아름다움은 말을 잃게 만든다. 분홍빛을 띠는 얼레지와 달리 흰얼레지는 수만 포기 중 하나가 나올 정도로 보기가 어렵다. 흔히 색소 결핍에 의해 나타나는 흰색을 가진 생물을 알비노라고 부른다. 백사, 흰사슴, 백호 등등이 모두 그런 종류다. 식물계에서도 그런 일이 종종 일어나는데, 원래 흰꽃을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남색 혹은 보라색 계열의 꽃에서 드물게 흰꽃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흰얼레지가 바로 그런 경우다. 그 흰얼레지를 곰배령에서 만나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갈퀴현호색도 반가운 꽃이긴 마찬가지다. 사실 현호색은 아주 흔한 봄꽃이다. 꽃이 좀 특이하게 생겼고, 나름대로 관상가치도 있어 보이지만 흔해서 그런지 관심 있는 사람은 별로 없어 듯하다. 이 친구들은 자기들끼리 변이가 심해, 잎의 모양이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한 때 잎을 보고 댓잎현호색이니 하고 분류를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런 분류의 의미가 크지 않다 한데 묶어서 현호색으로 부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조선현호색이나 점현호색 등은 그 특별함으로 별도로 분류한다. 갈퀴현호색도 마찬가지다. 갈퀴현호색 중에도 흰꽃이 피는 것이 있는데, 이를 흰갈퀴현호색[Corydalis grandicalyx for. albifloris Y.N.Lee]으로 별도 분류를 한다.

최근 곰배령은 찾기가 조금은 수월해졌다. 하루 전에만 인제국유림관리소에 신청하면 방문이 가능해졌다. 물론 하루 50명까지만 이라는 제한이 있기는 하지만. 또 곰배령 밑 설피마을에는 민박 시설도 갖추어져 있어 하루 이틀 묵으면서 천천히 둘러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