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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촌은 백합 - 금강애기나리 본문

들꽃이야기/나, 귀하신 몸이야!

내 사촌은 백합 - 금강애기나리

이우형 2010. 9. 2. 16:32
금강애기나리[Streptopus ovalis (Ohwi) F.T.Wang & Y.C.Tang var. ovalis] - 고원지대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와 만주 일대에 분포한다. 국내의 자생지로는 경기도 가평․포천, 강원도 양구․양양․인제․정선․태백․평창․홍천, 전북 무주, 경남 산청 등이다. 4~6월 경 꽃을 피우고, 붉은 색 열매가 달린다. 높이는 대략 40cm 전후다. 산림청에 의해 희귀식물 약관심종으로 지정됐다.




흔히 이름 앞에 ‘금강’이 붙으면 금강산에서 발견됐고, 고산식물이라고 보면 얼추 맞다. 그런 점에서 ‘금강애기나리’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것은 ‘진부애기나리’라는 이름도 가지고 있는데, 진부에서 채집되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싸리재와 금대봉은 흥미진진한 곳이다. 영월에서 태백으로 넘어가는 길에 있는 싸리재는 정상 부근에서 금대봉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날 수 있다. 또 다른 쪽으로는 함백산을 오를 수 있다. 싸리재 정상의 높이는 해발고도가 1,270m 가까이 된다. 아마도 자동차 도로로 이 높이를 가진 곳은 우리나라에 한두 곳 더 있을까 싶다.

어쨌거나 싸리재는 도로 주변이 모두 야생화 밭이다. 차를 세우고 길옆으로 눈길만 돌리면 무수한 야생화가 반갑게 눈웃음 쳐준다. 금대봉도 마찬가지다. 금대봉에는 복주머니난초를 비롯한 많은 야생화가 있고, 이곳을 방문하면 연신 셔터를 누르기 여념이 없을 정도다. 함백산을 오르는 도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함백산은 정상까지 차를 가지고 올라갈 수 있다.

이 지역은 봄에 산나물을 캐는 사람들로도 붐빈다. 산 이곳저곳에는 나물을 캐서 담아놓은 커다란 자루들이 쌓여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처음 금강애기나리를 만난 곳이 이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무지 닮지 않았지만, 왜 그때는 이 친구들을 보면서 거미를 떠올렸을까? 가늘게 뒤로 꺾어진 꽃잎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꽃에 점점이 박힌 자주빛 점 때문이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누군가는 이 꽃을 보고 에어리언을 떠올리기도 했다.

금강애기나리의 가까운 사촌으로는 애기나리와 큰애기나리가 있다. 애기나리는 비교적 흔한 봄꽃이다. 큰애기나리는 애기나리보다는 덜 흔한 편이다. 그리고 모두 백합과라는 점에서, 또 나리라는 이름이 붙는다는 점에서 백합 가문의 한 혈족이기도 하다. 작다고 집안까지 얕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필자가 가장 쉽게 금강애기나리를 촬영하러 가는 곳은 가평이다. 가끔 찾아가는 가평의 한 계곡에 가면 보기 쉽지 않은 많은 고산식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 그곳을 ‘스튜디오’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진의 금강애기나리는 이곳에서 촬영한 것이다. 여기서 잎에 화려한 중투를 가진 금강애기나리를 만나기도 했다.

잎 변이에 대한 이야기는 난초를 키우는 분들이라면 귀를 쫑긋할 이야기다. 다음에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식물의 대한 관심은 식물의 가치를 높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가장 심하게 훼손시키기도 한다. 어느 것이 더 가치 있는 일인지는 알아서 판단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