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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덩굴별꽃 Cucubalus baccifer var. japonicus Miq. 우리 땅에서 함께 살아가는 식물들은 대략 4,700여종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를 다 만나기는 쉽지 않고, 만나도 그냥 지나치기가 일쑤인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우리 땅 자생식물들은 꽃이 작고 수수해 가까이 다가가지 않으면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 덩굴별꽃은 전국의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덩굴에 별모양의 꽃이 핀다고 해서 덩굴별꽃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덩굴을 따라 지름이 2cm 정도 되는 꽃이 가득 달린다. 크지 않은 많은 꽃이 덩굴줄기를 따라 피고 지기 때문에 스쳐가기 쉽다. 꽃이 많아서 오히려 관심을 덜 받는 경우라고나 할까. 세상의 이치가 그런 거지 싶다. 석죽과의 덩굴성 여러해살이풀이다.
노랑갈퀴 Vicia chosenensis Ohwi 갈퀴나물은 덩굴손의 모양이 갈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갈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 대부분이 분홍색 꽃을 피우는데 반해, 노랑갈퀴는 이름 그대로 짙은 노란색의 꽃을 피운다. 갈퀴나물은 비교적 흔하게 만날 수 있지만, 노랑갈퀴는 고산식물이고 중부이북에서 자라기 때문에 얼굴을 마주하기가 쉽지 않다. 남북한이 공동으로 편찬해 발간한 조선향토대백과에는 ‘노랑말굴레풀’이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 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다.
자연산, 그것도 공짜니까 야생화를 좋아해 식물원을 만든 사람이 있었다. 오랫동안 고생해서 수집한 야생화를 여러 사람과 같이 보고 싶은 생각에 식물원을 공개한 그는, 곧 난감한 일과 마주쳤다. 식물원의 꽃들이 하나 둘 사라졌던 것이다. 가만히 지켜보니 구경 온 사람들 중에 신기하고 예쁘다며 꺾고 캐가는 사람들이 심심찮게 있었다. 얼마 후 그는 식물원 문을 닫아버렸다.산을 오르다보면 여기저기 파인 흔적들을 만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드는 식물을 캐간 흔적이다. 어쩌다 꽃을 캐가는 사람을 만나 “왜 캐가느냐?”고 물어보면 “예뻐서”란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는 “주인 없는 것인데 캐면 안 되냐?”고 되묻는다. 예쁘면 여러 사람이 보게 두는 것이 맞고, 주인도 엄연히 있다. 주인 없는 산이 어디 ..
개나 소나 찍는 사진(?) 어느 해 봄 가평의 화야산 자락을 헤매고 있었다. 봄 야생화가 많은 곳이라 출사를 나온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동료 사진가와 함께 등산로 모퉁이에 쪼그리고 앉아 열심히 야생화를 살피고 있는데, 등산복을 잘 차려 입은 두 중년 여성이 옆을 지나갔다. 미리 와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는 모양새였다. 사실 사람들이 오가는 데서 사진을 촬영하려면 좀 멋쩍다. 그래서 잠시 고개를 들고 숨을 고르는데 스쳐가듯 한 마디가 귀에 꽂혔다. “요즘은 개나 소나 다 사진을 찍어.”꼭 그렇진 않았을 거라고 생각되지만, 그때는 우리를 보고 하는 소리로 들렸다. 둘 모두 잠시 어이없는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크게 웃었다. “졸지에 개하고 소가 됐네.”사실 요즘처럼 카메라가 대중화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