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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암실과 포토샵 사진을 처음 배울 당시 암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촬영한 필름을 직접 현상해 인화하는 작업은 사진의 완성을 의미했다. 닷징이니 버닝이니 하는 인화의 기술도 그때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했다. 지금은 순서마저 가물가물하다. 컬러, 그것도 리버셜 필름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현상을 스스로 할 일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그저 이렇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다.요즘은 디지털암실이라는 말을 대신 쓴다. 포토샵이나 각 카메라 메이커 등에서 제공하는 사진보정 프로그램 등이 암실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과거 암실에서 할 수 있는 수정 작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촬영 때 계산하지 않으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고, 그나마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런데 디지털암실에서는 못..
있어야 할 곳 화창한 봄, 등산로를 따라 오르다보면 바위 위로 하얀 꽃이 핀 나무를 만나게 된다. 크지 않은 키에 가지가 많은 이 나무는 매화말발도리다. 형제 중에 말발도리라는 식물이 있는데, 이 나무는 꽃이 매화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졌다. 다른 식물들은 대부분 영양분 많은 부엽토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는데, 특이하게도 매화말발도리는 바위틈에 터전을 잡는다. 식물 자체가 강건해서 고생을 자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이 꽃은 대를 물려가며 척박한 바위틈을 골라 뿌리를 내린다. 요즘은 자연에서 보기가 힘들지만, 풍란이나 석곡 같은 착생난들은 아예 뿌리를 바위나 나무에 붙이고 살아간다. 갯씀바귀 같은 식물은 바닷가 모래에 뿌리를 내린다. 여름 뙤약볕도 이들의 삶을 멈추게 하진 못한다. 꽃들은 모두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