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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5. 암실과 포토샵

이우형 2016. 7. 25. 15:46

암실과 포토샵

 

사진을 처음 배울 당시 암실을 갖는 것이 꿈이었다. 촬영한 필름을 직접 현상해 인화하는 작업은 사진의 완성을 의미했다. 닷징이니 버닝이니 하는 인화의 기술도 그때는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했다. 지금은 순서마저 가물가물하다. 컬러, 그것도 리버셜 필름으로 촬영을 하다 보니 현상을 스스로 할 일이 거의 없었던 탓이다. 그저 이렇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정도다.

요즘은 디지털암실이라는 말을 대신 쓴다. 포토샵이나 각 카메라 메이커 등에서 제공하는 사진보정 프로그램 등이 암실의 역할을 대신한다. 그것도 아주 훌륭하게…….

과거 암실에서 할 수 있는 수정 작업은 매우 제한적이었다. 촬영 때 계산하지 않으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했고, 그나마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았다. 그런데 디지털암실에서는 못하는 작업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수·보정을 넘어 아예 다른 사진을 만들어버리는 경우도 많아졌다. 디자인과 사진, 회화와 사진 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사진에 대한 전통적인 의미도 달리 해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변화하는 사회에 새로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예술은 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고 창작은 융합을 통해 더 빛난다. 사진 역시 그 대상이자 도구일 뿐이다. 전통만 고집할 필요도, 그렇다고 부정할 필요도 없다. 있는 그대로 솔직하면 그만이다.

여전히 촬영을 할 때면 리버셜 필름 시절의 버릇이 나온다. 트리밍을 용납하지 못하고 파인더에 걸려 있는 군더더기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그리고 포토샵은 서툴다. 그러니 더 꼼지락 거릴 밖에. 사진을 즐기는 스스로의 방법이다.



왕고들빼기

Lactuca indica L.

국화과의 한·두해살이풀

괴산, 2014920

Camera Tip

Nikon D4, Nikkor 60mm Macro, f/3.5, 1/800, IS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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