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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4. 사진과 그림 사이

이우형 2016. 7. 20. 10:08

사진과 그림 사이

 


언젠가 여름 오대산 월정사를 찾았을 때다. 가끔 찾는 월정사를, 그날은 무슨 바람이 불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 틈에 끼어 따라갔다. 다양한 사진가들이 모인 온라인 동호회답게 이런저런 피사체들을 잡고 촬영하느라 모두 여념이 없었다.

함께 가기를 꼬드긴 동료와 전나무숲길을 걷고 있는데 뭔가 묘한 느낌이 들었다. 한 사진가가 버섯을 촬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버섯의 위치가 어딘지 어색했다. 바른말 잘하는 동료가 다가가더니 이 버섯이 자랄 자리가 아닌데?”라며 유심히 살폈다. 촬영 중이던 사진가는 저쪽에서 따서 옮겼다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의 이야기인 즉, 배경이 좋지 않아 더 좋은 배경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동료는 자연을 촬영하는 사람이 자연을 함부로 하면 안 되지요라며 발끈했다. 사진가는 예술을 위해서 그럴 수도 있지요하며 자리를 옮겼다.

한 사진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 합성한 것으로 밝혀져 수상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진 일이 있다. 사실 이런 사건은 종종 일어난다. 또 소나무 사진을 촬영하던 한 사진가는 촬영을 위해 다른 소나무를 베었다가 사법처리를 받기도 했다.

사진은 있는 그대로의 대상을 작가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합성이나 연출도 사진의 한 기법이기는 하다. 상업사진은 연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사진과 미술의 콜라보레이션은 흔한 일이다. 문제는 아닌 것을 그런 척 우기는 것이다.




계요등

Paederia scandens (Lour.) Merr. var. scandens

꼭두서니과의 낙엽덩굴성 여러해살이풀

거제, 2006830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8, 1/90, ISO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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