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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7. 바위솔 실종사건

이우형 2016. 8. 26. 14:30

바위솔 실종사건


종종 의외의 장소에서 특별한 야생화를 만날 때가 있다. 더운 여름 땡볕에 해변을 헤매다가 자리 잘 잡은 갯장구채를 만나는가 하면,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붉은 바위벽에서 무리지어 자라는 고란초를 만날 때가 그런 경우다. 

화성에서 대부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매립된 갯벌을 꾸며 만든 공원이 있다. 그곳에는 오래전 섬이었던 조그마한 바위언덕 몇 개가 지평선에 굴곡을 만들며 서있다. 야생화 탐사 때는 그런 곳이 훨씬 끌리는 법이다. 두어 개 바위언덕을 뒤지다가 행운의 바위솔 무리를 만났다. 개체수가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꽤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바위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모두 꽃망울을 가득 품은 채였다.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꽃 핀 모습이 기다려졌다. 일주일만 지나면 만개할 듯 보였다. 꽃망울 상태만으로도 자태가 너무 훌륭해, 만개한 모습은 그야말로 작품일 듯싶었다. 

다음 주말 새벽바람에 다시 대부도로 향했다. 공원 안으로의 자동차 통행을 막고 있어, 힘들게 바위언덕에 도착했다. 가장 마음에 담아 두었던 모델을 찾아 얼른 달려갔다. “어라!” 바위솔이 있던 장소가 휑했다. 심지어 다른 곳에 있던 바위솔까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누군가 알뜰히도 납치해 간 모양새였다. 

바위솔은 약으로도 쓰이고, 관상용으로도 많이 키운다. 손을 타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한 지역을 초토화시키는 것은 납득이 가질 않는다. 바위솔은 다육식물 전문점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값도 비싸지 않고 키우기도 훨씬 쉽다. 뭘 그렇게 열심히들 챙기시는지……. 


※ 이 에피소드와 관련된 바위솔 사진은 블로그 '기고' 카테고리 '47p'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땅귀개

Utricularia bifida L.

통발과의 여러해살이풀

수원 칠보산

2009년 10월 10일

▣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 Tube, f/8, 1/90초, ISO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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