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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꽃의 민낯

28. 칠보산 연가

이우형 2016. 9. 9. 14:06

칠보산 연가

 

도대체 칠보산이 어디야?”

언젠가 봄, 한국야생식물연구회 정기모임이 수원에서 열렸다. 회원들 사이에 칠보산 이야기가 워낙 많았던 터라, 강원도에서 온 한 회원이 칠보산이 궁금했던 모양이다. “~라며 길게 드러누운 산을 가리켜 주었다. 이내 실망한 듯 저것도 산이야?”란 대답이 돌아왔다. , 강원도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반응이다. 높이가 239m 밖에 안 되니 강원도의 험산준령에 비하면 그저 동네뒷산(?) 쯤으로 보일 밖에.

하지만 이름이 풍기는 아우라(aura)가 좀 특별하지 않은가? 일곱 개의 보물이 숨겨져 있는 산이라니……. 지금은 도심 귀퉁이에 있는 등산로 정도로 여겨지지만, 옛날 이 산에는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수탉, 호랑이, 사찰, 장사, 금 등 여덟 가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전설에 따르면, 칠보산이란 이름은 한 장사꾼이 황금수탉을 가져가 버렸기 때문이란다.

나머지 보물들도 찾기가 힘들지만, 확실한 것은 이 산에 식물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650여종의 식물들이 칠보산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정도면 식생이 풍부한 어떤 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게다가 칠보치마라는 자신의 이름까지 딴 식물도 있다.

이처럼 멋진 산 근처에 산다는 것은 행운이다. 습지가 많아 해오라비난초, 큰방울새란, 숫잔대, 키큰산국, 가는오이풀, 땅귀개, 이삭귀개, 끈끈이주걱 등등, 쉽게 보기 힘든 다양한 식물들을 정원 가듯 찾아가 만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 칠보산의 상황이 여러 가지로 안 좋지만, 그래도 늘 반겨주는 쉼터 같은 산이 곁에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여뀌바늘

Ludwigia prostrata Roxb.

바늘꽃과의 여러해살이풀

수원 칠보산, 200699

Camera Tip

FUJI S3Pro, Nikkor 60mm Macro, f/10, 1/90, ISO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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