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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나, 잡초 아니거든!

나, 잡초 아니거든!

이우형 2010. 6. 30. 15:42

 

꽃받이[Bothriospermum tenellum (Hornem.) Fisch. & C.A.Mey]  -  들판이나 주택가 주변 풀밭에서 자라는 지치과의  두해살이풀. 꽃마리와 비슷한 꽃을 가지고 있지만 식물체의 모습이 딴판이다. 꽃의 지름이 대략 2~3mm 정도 밖에 되지 않아 거의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대표적인 잡초다. 2009년 5월 5일 충북 괴산에서 촬영.



잡초.

주변에 자라는 풀들 대부분은 이 이름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잡(雜)스러운 풀(草)이다.

흔히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관상용 식물을 대비해 부르거나, 이름을 잘 모르는 하찮은(?) 식물을 편하게 부를 때 사람들은 잡초라는 말을 쓴다.

농사에 방해가 되는 풀들도 잡초가 된다.

어디까지나 사람의 기준이다.


잡초라 불리는 풀들은 그들 식물의 세계에서는 절대 잡초가 아니다.

어엿한 식물계의 일원이며 자신의 영역을 가진 시민이다.

우리는 잡초의 진면목을 알지 못한다.

그들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꽃을 피우고 세대를 이어간다.

길가에 자라는 잡초의 꽃을 본적이 있는가?

그들도 작지만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가?

물론 그들에게 사람의 생각은 중요하지 않다.

이름도 사람들이 붙여준 것이고, 사람들이 꽃을 본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다르다.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 준다는 것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다.

그들이 아닌 네가 되는 것이다.

둘만의 관계가 성립된다는 의미다.

그래야만 비로소 다음 관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잡초에게도 애정을 가져보자.

우리가 그들에게 만들어준 이름을 기억해보자.

그리고 불러주자.


혹여 우리가 잡초라고 말할 때

그들이 이렇게 항변하고 있지는 않을까?

“나, 잡초 아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