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소리

[나, 잡초 아니거든!]-3 작다는 것의 아름다움, ‘꽃마리’ 본문

들꽃이야기/나, 잡초 아니거든!

[나, 잡초 아니거든!]-3 작다는 것의 아름다움, ‘꽃마리’

이우형 2010. 7. 2. 10:54
꽃마리[ Trigonotis peduncularis (Trevir.) Benth. ex Hemsl. ] - 화단이나 공터, 논둑 등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이다. 꽃의 크기가 아주 작아 대부분의 사람들이 존재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식물체의 크기도 작기 때문에 풀밭에 섞여 있으면 그냥 지나치는 잡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꽃을 크게 찍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지치과의 두해살이풀이다. 꽃대를 따라 꽃송이가 말려 있다가 꽃이 피면서 펴지는 모습에서 꽃마리라는 이름을 얻었다. 2008년 4월 12일 안성에서 촬영. 


참꽃마리[ Trigonotis radicans var. sericea (Maxim.) H.Hara ] - 꽃마리의 꽃지름이 2~3mm 정도라면 참꽃마리는 거의 1cm에 이른다. 꽃마리와 달리 참꽃마리는 산속의 습기가 있는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처음에 분홍색으로 꽃이 폈다가 남색으로 변한다. 참꽃마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2008년 5월 18일 광주에서 촬영.



 

덩굴꽃마리[ Trigonotis icumae (Maxim.) Makino ] - 참꽃마리와 구별이 쉽지 않은 덩굴꽃마리는 식물 전체에 털이 있고 잎겨드랑이에서 줄기가 나와 덩굴로 변하는 특징을 가졌다. 2006년 7월 8일 양평에서 촬영.



사진을 촬영할 때마다 성질 다 버려놓는 몇몇 꽃이 있다. 스튜디오가 아닌 야외에서, 그것도 보조조명과 같은 일체의 다른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촬영할 때는 어려움이 많다. 야생화 촬영은 현장의 상태 그대로 찍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끔 반사판을 대거나 불투명한 트레이싱지로 강한 햇빛을 확산 시켜주는 정도가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바람이 불고, 어둡기까지 하다면 촬영할 때의 고민과 인내는 더욱 커지게 된다.

나름대로 플래시 등을 이용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진작가들도 있지만, 내 경우는 여전히 주어진 상황 그대로의 촬영을 고집한다. 플래시를 사용한 사진의 느낌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반사판이나 트레이싱지는 가끔 사용하고 있다.

크기가 깨알만하고 바람에 잘 흔들리는 꽃의 대표주자를 들라면 서슴없이 ‘꽃마리’를 꼽는다. 공터나 논두렁, 그리고 산비탈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 꽃마리는 자세히 보지 않으면 꽃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꽃마리는 꽃대를 따라 연한 하늘색으로 피운다. 꽃망울은 꽃대 끝에 말려서 나와 피면서 차츰 하나씩 풀리게 된다. 꽃마리란 이름이 붙은 이유다.

꽃마리를 일부러 결심하고 촬영한 경우는 없는 것 같다. 그냥 눈에 띄어 사진기를 들이댔다가 붙잡혀 30~40분씩 자리 지키며 촬영하고는 했다. 그래도 몇 건은 제법 성공적이었다.

경기도 안성에 있는 한 농촌체험마을을 취재 갔다가 일 끝나고 주변에 지천인 ‘흰민들레’를 보고 사진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다 논둑에서 제법 실한 꽃마리를 만났다. 빛도 좋고, 바람도 별로 없고, 좋은 꽃마리 사진에 대한 기억도 없고 해서 삼각대 낮추어 걸고 촬영을 시도했다. 꽃이 작아서 60㎜ 마크로 렌즈만으로는 어림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초점거리를 당겨주는 익스텐션 튜브(접사링)까지 끼웠다. 이런 수고 끝에 몇 장의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꽃마리와 정말 비슷한데 다른 ‘꽃받이’란 꽃이 있다. ‘나도꽃마리’란 다른 이름을 가진 꽃마리의 사촌형제다. 꽃의 모양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보면 꽃의 색이 다르고, 꽃이 붙는 형태도 차이가 난다. 식물체의 모습도 다르다. 꽃마리와 마찬가지로 크기로 인해 촬영이 쉽지 않다.

보통 꽃마리와 같은 꽃을 한 번 촬영하려면 셔터를 누르기 위해 20~30초씩 숨 참기를 몇 번이나 계속해야 한다. 나중에는 참은 숨으로 인한 가슴 답답함이 머리끝으로 올라와 오기로 변한다. 이쯤 되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촬영에 임하게 된다.

크기로 인해 사람들의 주목을 거의 끌지는 못하지만, 꽃마리와 꽃받이의 꽃은 사진으로 찍어서 보면 정말 예쁘다. 앙증맞고 귀엽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것을 몸으로 보여주는 그런 꽃이다.

이런 꽃마리 말고 숲속에 가면 훨씬 덩치 큰 사촌들이 있다. ‘참꽃마리’와 ‘덩굴꽃마리’가 그들이다. 이 외에도 여러 꽃마리들이 더 있지만, 이들이 숲에서 가장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꽃마리다. 그 중에서도 참꽃마리가 더 자주 눈에 띄는 꽃이다. 참꽃마리는 처음에 분홍색으로 피다가 만개하면 옅은 파란색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꽃마리는 ‘지치과’ 가문의 자손이다. 이름에 ‘지치’라는 성을 쓰는 식물들은 대체로 꽃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아름답다. 그중에는 세속에서 만나보기 힘든 ‘은자’들도 꽤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