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잡초 아니거든!] -2 흔해서 지나치는 꽃, ‘닭의장풀’

 

흰꽃좀닭의장풀[ Commelina communis var. angustifolia for. leucantha Nakai ] - 닭의장풀, 일명 달개비로 불리는 꽃의 흰색버전.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로, 닭장 옆에서 자란다고 해서 닭의장풀이란 이름을 얻었다. 한마디로 여기저기서 잘 자라는 풀이다. 다만 흰꽃좀닭의장풀은 만나기사 쉽지 않다. 2006년 8월 19일 가평에서 촬영.

덩굴닭의장풀[ Streptolirion volubile Edgew. ] - 산기슭의 습기 있는 곳에서 자라는 덩굴닭의장풀은 모양새가 닭의장풀과는 딴판이다. 이름 그대로 덩굴지는 것이 특징. 닭의장풀처럼 여기저기 널려 있는 꽃이 아니어서 만나면 반가운 꽃이다. 2006년 9월 9일 안양 수리산에서 촬영.

사마귀풀[ Aneilema keisak Hassk. ] - 같은 닭의장풀과의 한해살이풀이지만 꽃의 모양이 전혀 다르다. 논이나 개울 등에서 만날 수 있다. 꽃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독특한 모양과 색을 가지고 있어 한마디로 사진발이 좋은 꽃이다. 논에서는 여전히 잡초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09년 8월 15일 철원에서 촬영.


조금 외지고 풀이 돋아나 있다 싶은 곳에 웬만하면(?) 피는 꽃이 있다. 보통은 30~40㎝ 정도 높이에 짙은 파란색이나 연한 분홍색으로 꽃을 피우는 이 꽃은 흔히 ‘달개비’로 불린다. 일설에 의하면 닭장 근처에서 많이 피기 때문에 ‘닭의장풀’이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실제로는 닭장 근처뿐만 아니라 담장 밑이나 높지 않은 산지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다. 심지어는 바닷가 인근에서도 심심찮게 만난다.

우리집 화단에도 닭의장풀이 있다. 여기서는 짙은 파란색 꽃과 연분홍 꽃 두 종류가 모두 핀다. 국립수목원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www.nature.go.kr)’이라는 홈페이지가 있다. 여기에서 닭의장풀을 검색하면 모두 6종이 나온다. 면면을 살펴보니 그중 최소한 3개는 만난 것 같다. ‘닭의장풀’, ‘덩굴닭의장풀’, ‘흰꽃좀닭의장풀’ 이 세 가지다. 이 세 녀석은 비교적 특징이 분명하다. 닭의장풀은 우리가 흔히 보던 녀석이고, 덩굴닭의장풀은 꽃의 모양도 다르고 줄기도 덩굴이다. 흰꽃좀닭의장풀은 이름처럼 꽃이 흰색이다.

다른 녀석들로는 ‘애기닭의장풀’과 ‘좀닭의장풀’, 그리고 ‘큰닭의장풀’이 있다. 앞의 두 종류는 닭의장풀과 비슷하게 생겼고 꽃이 연분홍이라 봤어도 그냥 닭의장풀이려니 했을 가능성이 크다. 큰닭의장풀은 원예용으로 들여온 것이라고 하는데, 꽃이 훨씬 크다고 한다.

꽃 사진을 촬영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흔한 식물들의 사진이 의외로 없다는 점이다. 안 찍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흔한 식물들도 일부러 촬영하자고 마음먹고 사진기를 들이대고 있다.

귀한 꽃은 상태가 그리 좋지 않고 배경이 시원찮더라도 어떻게든 예쁘게 찍어 보려고 공을 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꽃들은 모델이 되는 녀석들만 찾게 된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서든 똑 같이 작용하나 보다. 식물분류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 정확한 품종 구분을 위한 눈여김도 하지 않게 된다. 특히 구분이 쉽지 않은 녀석들은 더욱 그렇다.

야생화 촬영을 함께 하는 사진작가 한 분이 있는데, 그는 꽃 사진을 찍으면서부터 식물에 푹 빠져 분류학자 뺨칠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한다. 그의 제비꽃 분류는 학자들 보다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실전에서도 그의 이런 공부는 계속된다. 덕분에 나는 더욱 게을러졌다. 옆에 도감(?)이 함께 다니는데 골치 아프게 머리 쓰냐는 심산이다.

생존력이 강한 식물들은 당연히 흔하다. 희귀식물일수록 환경변화에 민감해 쉽게 사라진다. 닭의장풀은 생존력이 강한 식물 중 하나다. 흔한 식물들은 구분이라도 제대로 해서 다름을 익혀야할 것 같다. ‘좀’과 ‘애기’를 다음에는 구분해봐야겠다.

같은 닭의장풀과에 속하지만 꽃모양이 전혀 다른 것으로 ‘사마귀풀’이라는 것이 있다. 제초제 뿌리지 않은 논에서 자라는 이 꽃은 색이 아주 예쁘다. 물론 논에서는 벼 이외에 모든 식물이 잡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