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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이야기/나, 잡초 아니거든!

[나, 잡초 아니거든!] - 5 메꽃, 혹은 모닝글로리

이우형 2010. 7. 6. 08:21

나팔꽃[ Pharbitis nil (L.) Choisy ] - 흔히 보는 나팔꽃으로 아시아가 원산이다. 잎이 둥근형태를 띈 것은 ‘둥근잎나팔꽃’으로 불린다. 둥근잎나팔꽃은 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이다. 꽃색이 옅은 남색을 띠는 ‘미국나팔꽃’ 역시 아메리카 열대지방이 원산이다. ‘둥근잎미국나팔꽃’도 있다. 둘 다 꽃은 비슷하고 잎의 모양이 다르다. 꽃의 지름은 약 2.5~3cm 정도다. 2006년 9월 30일 남한산성에서 촬영.



애기나팔꽃[ Ipomoea lacunosa L. ] - 꽃과 잎이 아주 작은 나팔꽃이다. 꽃잎의 지름이 2cm 정도 밖에 되질 않는다. 꽃색은 흰색이고 가끔 가장자리가 자주색인 것도 있다. 애기나팔꽃은 ‘좀나팔꽃’으로 불린다. 이 보다 더 작은 나팔꽃으로는 ‘별나팔꽃’이 있다. 2006년 10월 3일 칠보산에서 촬영.



큰메꽃[ Calystegia sepium (L.) R.Br. ] - 메꽃은 꽃의 모양이 대부분 비슷해서 구분이 쉽지 않다. 주로 잎으로 구분을 한다. 메꽃 중에서는 잎이 가장 넓다. 잎은 삼각형으로 뒤편이 다시 뾰족하게 심장모양으로 갈라진다. 메꽃도 비슷하지만 잎의 폭이 좁다. 메꽃의 다른 이름이 ‘좁은잎메꽃’이고, 큰메꽃의 다른 이름이 ‘넓은잎메꽃’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면 더 이해가 쉽다. 사실 비슷한 식물의 특징을 글이나 말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그저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면 구분이 확실하다. 2009년 8월 1일 황구지천에서 촬영.

 

애기메꽃[ Calystegia hederacea Wall. ] - 메꽃 중에 꽃과 잎이 가장 작다. 꽃잎의 지름이 3~4cm 정도다. 메꽃이 5~6cm 인 것에 비하면 확실히 크기가 차이가 난다. 애기메꽃의 다른 이름은 ‘좀메꽃’이다. 좀은 작다는 의미다. 우리꽃 중에는 앞에 좀이 붙는 경우가 많은데, 모두 작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무리가 없다. 잎의 차이가 가장 확실한 것은 갯메꽃이다. 바닷가 백사장에 사는 갯메꽃은 윤기나는 둥글고 작은 잎을 가지고 있다. 2009년 7월 4일 칠보산에서 촬영.

 

둥근잎유홍초[ Quamoclit coccinea Moench ] - 흔히 집근처 담장이나 화단 근처의 철조망 등에서 만나게 되는 유홍초 역시 아메리카가 원산인 식물이다. 잎의 모양이 나팔꽃을 닮은 ‘둥근잎유홍초’와 잎이 빗살처럼 갈라진 ‘유홍초’가 있다. 2007년 9월 26일 화성에서 촬영.

 

고구마[ Ipomoea batatas (L.) Lam. ] - 말이 필요 없는 농작물 고구마. 역시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식물로 메꽃과에 속한다. 고구마는 꽃을 보기가 쉽지 않다. 시골에 살아도 고구마꽃을 본 사람이 드물 정도다. 2008년 10월 3일 오창에서 촬영.



‘아침의 영광.’

나팔꽃의 영어 이름은 ‘모닝 글로리(Morning Glory)’, 말 그대로 아침의 영광이다. 아마도 이 이름은 이른 아침 활짝 피었다가 해가 뜨면 꽃잎을 다무는 나팔꽃의 모습에서 따온 것인 듯 싶다. 우리말 이름 나팔꽃은 꽃의 모양 그대로 붙인 것이라 조금 무성의해 보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묘하게 아침의 영광과 어울리는 듯도 싶다. 나팔과 아침의 영광. 뭔가 닮은 느낌이 들지 않는가?

나팔꽃은 모두 메꽃과에 속한다. 보통사람들은 메꽃과 나팔꽃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꽃의 모양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금 꽃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두 종류의 꽃에 대해 확실히 구분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웬만한 야생화 마니아들도 메꽃의 종류를 구분하거나, 나팔꽃의 종류를 따로 구분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특히 메꽃은 비슷한 색과 크기를 가진 꽃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고, 잎과 꽃받침의 모양 등을 가지고 구분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어렵다.

반면 나팔꽃은 꽃의 크기나 잎의 모양이 확연히 구분되는 경우가 많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그래도 쉽게 구분을 할 수 있다.

메꽃은 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우리 야생화다. 나팔꽃은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되는 꽃으로 대부분이 외국에서 들어온 품종들이다. 또 메꽃은 대부분 한 낮에도 꽃을 피우고 있지만, 나팔꽃은 낮에는 꽃잎을 말고 있다. 나팔꽃과 메꽃의 가장 큰 차이는 이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팔꽃 중에도 낮에 버젓이 꽃을 피우는 녀석들도 있다. 그러니 이 부분에 너무 집착하지 마시길….

재미있는 사실 하나. 고구마가 이 두 꽃과 사촌지간이라는 점이다. 고구마도 메꽃 가문에 속한다. 덩굴줄기와 꽃의 모양이 이를 증명한다. 물론 통통한 알뿌리는 족보를 의심하게 하지만, 같은 집안에도 이런저런 형제들이 있기 마련인 것처럼 고구마도 조금 튀는 녀석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고 보니 고구마 꽃을 본 사람도 그리 많지는 않을 듯 싶기도 하다.

또 하나 민가 주변에서 짙은 주황색 꽃을 피우는 작은 나팔꽃 모양의 꽃이 있는데, 이 꽃은 유홍초로 불린다. 잎의 모양에 따라 둥근잎유홍초와 유홍초로 나뉘는데, 둘 다 메꽃과에 속한다.

꽃이 나팔꽃처럼 생겼지만 메꽃 가문이 아닌 식물도 있다. 가장 흔한 것이 페튜니아다. 남미의 칠레가 원산인 페튜니아는 가지과 식물이다. 먹는 그 가지 맞다.

식물을 알아가는 것은 다른 지식을 공부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를 알고 나서 그와 관계된 다른 식물들을 알아 가다보면 어느 틈에 ‘척 보면 아는’ 경지에 다다르게 된다. 물론 필자는 아직 코끼리 다리 잡고서는 다리 기둥(교각)이 아닐까하고 헤매는 수준이다. 어쨌거나 하나를 캐다보면 고구마가 주렁주렁 달려 나오듯 계속 새로운 것들이 얼굴을 내민다. 그래서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