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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고 야생화

이우형 2011. 3. 11. 16:33

여행, 삶의 쉼표

긴 겨울 끝자락에서 봄을 만나다
봄, 그리고 야생화

유난히 텃새가 심했던 겨울추위도 봄기운은 막을 수 없나 보다. 2월이 끝나갈 무렵이면 어느 틈에 봄 햇살이 겨울을 비집고 들어온다. 동시에 마음도 분주해진다. 머릿속에는 지난해 만났던 봄꽃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어느 계곡 양지 녘에 피어 있을 야생화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겨우내 묵혀 두었던 사진장비들이 다시 빛을 발하고, 먼지 쌓였던 등산화에는 생기마저 감돈다. 겨울을 털고 일어나 봄 야생화로 이른 봄을 맞이해보자. 여행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어 줄 것이다.


 

변산바람꽃 Eranthis byunsanensis B.Y.Sun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됐다. 변산바람꽃이나 노루귀 등 한송이만 피어 있는 꽃을 촬영할 때는 가능하면 전체를 한 화면에 담는 것이 좋다. 꽃송이를 화면에 꽉 채우기 보다는 주변의 지형지물을 함께 포함시켜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 60mm 마크로렌즈를 사용했다. 조리개 값은 6.7, 셔터스피드는 1/60초.


2월말이면 이미 남녘에는 꽃소식이 들린다. 복수초, 현호색, 노루귀, 산자고, 생강나무, 변산바람꽃은 그 중에서도 이른 봄을 알리는 꽃들이다. 3월 중순이 지나면 중부지방 해안가를 중심으로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해 점차 내륙으로 퍼져나간다.
봄을 찾아 떠나는 방법은 아주 많다. 야생화 탐사여행도 그 중하나다. 하지만 겨울과 봄의 경계에서 봄을 확실히 느끼는 방법으로는 야생화 탐사만큼 확실한 방법도 없다. 가까운 산과 들에서 이른 봄 만날 수 있는 야생화를 찾아 떠나보자.


노루귀 Hepatica asiatica Nakai
잎이 말려 올라오는 모습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노루귀는 짙은 분홍, 옅은 분홍, 흰색, 남색 등 꽃색이 비교적 다양하다. 무리 지어 피는 경우도 많은데, 이 경우 모든 꽃에 초점을 맞추면 굉장히 어지러운 사진이 된다. 망원계 렌즈를 사용해 배경은 흐리게 하고, 포인트가 되는 앞쪽 한두 송이에만 초점을 맞추도록 한다. 150mm 마크로렌즈에 조리개 값은 5.0이다. 셔터스피드는 1/400초. 참고로 야생화 촬영은 셔터스피드 보다 조리개가 우선이다.


천상의 화원 ‘풍도’
봄은 해풍을 타고 찾아온다. 봄꽃들은 섬과 해안을 따라 먼저 피어난다. 수도권에서 봄꽃을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곳도 섬이다. 봄이면 수많은 사진가들과 야생화 탐사객들이 몰리는 섬이 있다. 안산시에 속하는 풍도다.
풍도는 거리상으로 충남 당진, 혹은 경기도 화성의 전곡항과 더 가깝다. 하지만 이곳으로 들어가는 배는 인천연안부두에서 타야한다. 정기여객선이 하루에 1번 운행하며 시간은 약 2시간 반 정도가 걸린다. 조금 편하게 섬에 들어가고 싶다면 당진이나 전곡항에서 개인적으로 배편을 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풍도는 작은 섬이다. 크기가 1.843㎢에 불과하다. 주민은 대략 50여 가구에 130여명이 살고 있다. 바닷가에 작고 아담한 분교와 파출소가 하나 있다. 선착장에 내려 마을로 들어가다 보면 주택 앞 화단에 심어 놓은 복수초를 미리 만나 볼 수 있을 만큼 이곳에서 복수초는 흔한 꽃이다.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마을길을 따라 언덕을 오르면, 숲과 마을의 경계 부근에 서 있는 정자를 만날 수 있다. 보통은 이곳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숲으로 들어간다. 풍도의 숲은 나무가 밀집해 있는 곳과 그 사이사이 넓은 풀밭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른 봄 풍도의 풀밭에는 복수초와 노루귀, 꿩의바람꽃과 변산바람꽃이 군락을 이르며 지천으로 흐드러지게 핀다. 신기하게도 이들 야생화들은 크지 않은 섬에서 숲 사이 여기저기 흩어져 자기들끼리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편에는 변산바람꽃이, 또 다른 한편에는 꿩의바람꽃이 무리지어 피는 식이다. 여기에 복수초와 노루귀가 함께 이웃하고 있다.
우리 야생화는 꽃이 크지 않기 때문에 자세히 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다. 사진은 야생화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노란색 복수초를 제외하면 흰색 노루귀나 꿩의바람꽃, 변산바람꽃은 모두 흰색으로 피고 꽃대나 꽃의 크기가 비슷해 멀리서 얼핏 보면 구분이 쉽지 않다. 사진은 그런 우리 야생화를 제대로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풍도여행정보
대부도에서 16km 가량 떨어져 있으며, 부근에 승봉도·대난지도·육도·열도 등이 있다. 섬 주변에 수산자원이 풍부하다고 해서 풍도라는 이름이 붙었다. 인천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왕경해운(032-883-6536)의 정기여객선으로 들어갈 수 있다. 평일에는 1회(오전 9시 30분), 주말에는 2회(오전 9시 30분, 오후 2시 30분) 운항한다. 민박도 가능하다. 민박집으로는 고씨할머니(032-886-3715), 풍도민박(032-886-7637)이 있다.


털괭이눈 Chrysosplenium pilosum Maxim. var. pilosum
괭이눈은 꽃의 모양이 마치 고양이의 눈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비교적 이른 봄부터 피는 아주 작은 꽃이다. 보통 개울가 바위틈에서 무리지어 핀다. 사진은 바위와 함께 꽃에 초점을 맞췄다. 배경인 작은 개울은 형태만 흐릿하게 남도록 촬영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큰 폭포를 배경으로 바위 끝에 피어 있는 꽃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60mm 마크로렌즈에 노출값은 6.7이다.


멋과 맛, 一石三鳥의 탐사길 ‘구봉도’
풍도의 봄바람은 이웃한 섬, 대부도로 이어진다. 우리가 흔히 대부도라고 부르지만 대부도는 여러 개의 섬이 방파제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화성 전곡항에서 이어지는 탄도, 선감도, 대부도, 구봉도가 마치 하나의 섬처럼 이어져 안산 시화방조제로 연결된다.
대부도 북서쪽 끝에 있는 구봉도는 어촌체험마을과 낚시터, 해수욕장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여름만 기억되는 이곳에도 이른 봄 피어나는 봄꽃들이 적지 않다. 구봉도 야생화 탐사여행은 종현어촌체험마을에서 시작된다. 과거에는 이곳 해안이 군사지역과 어장보호를 위해 철조망으로 닫혀 있었지만, 지금은 개방되어 있다.
체험마을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물을 돌아가면 해안으로 나 있는 작은 콘크리트길을 만난다. 그 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오른 쪽으로 작은 계곡과 산을 오르는 길이 나온다. 계곡을 따라난 산길을 올라 정상에 다다르면 대부도 일대의 탁 트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구봉도의 이른 봄 야생화들은 정상을 내려가 좌우로 펼쳐진 숲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른 봄 이곳에서는 흰색과 분홍색 노루귀, 족도리풀, 현호색 등을 만날 수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숨어서 노란꽃을 피우는 앙증맞은 중의무릇과 조우하기도 한다. 나뭇가지를 따라 노랗게 꽃이 핀 생강나무는 이곳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구봉도는 봄과 여름 야생화 사진가들이라면 한번쯤은 찾게 되는 명소다. 구봉도 해안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구봉도의 명물인 선돌바위를 만날 수 있다. 간단한 산행과 야생화 탐사, 그리고 봄 바다의 절경을 모두 느낄 수 있는 곳이 구봉도다. 무엇보다 대부도의 명물 바지락 칼국수를 맛보는 기쁨도 빼놓을 수 없다.

■구봉도 여행정보
안산시 단원구 대부북동에 위치한 구봉도는 이름만 섬이지 육지나 다름없다. 선재도와 대부도 사이의 수로에 위치하고 있어 어패류가 풍부하다. 특히 이곳은 유원지로 잘 개발되어있다. 갯펄을 이용한 종현어촌체험마을(032-886-5200)과 낚시터, 음식점들이 즐비해 가족단위의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최근 이곳에는 단원구에서 해변을 따라 3㎞에 이르는 에코로드(eco-road)를 조성했다. 특히 낙조가 멋지다.



점현호색 Corydalis maculata B.U.Oh & Y.S.Kim
잎에 점무늬가 있다. 우리나라 특산식물로 4월 경 꽃이 핀다. 잎에 특징이 있는 꽃은 식물전체를 촬영해야 한다. 이 경우도 가능하면 꽃이 정면을 많이 보는 쪽으로 촬영방향을 정한다. 배경은 먼 곳을 이용해 최대한 흐리게 하는 것이 피사체에 대한 집중도를 높여준다. 60mm 마크로렌즈에 조리개 값은 4.0이다.


산행, 그리고 특별한 친구들 ‘천마산’
해풍을 타고 들어온 봄바람이 내륙의 산들을 깨울 때쯤이면 남양주의 천마산도 온통 봄꽃으로 치장을 한다. 천마산은 남양주시 화도읍에 있는 산이다. 매년 봄이면 이곳의 특별한 봄꽃들을 만나기 위해 산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천마산을 오르는 길은 많지만 야생화 탐사를 위해 주로 오르는 길은 오남저수지 위쪽 팔현리 방향이다. 좁은 계곡길을 따라 올라가면 마을 끝 무렵에 마당이 넓은 음식점이 나온다. 이 음식점은 3월까지는 음식을 먹지 않더라도 주차를 허용해준다. 이곳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산을 오르면 된다. 산은 크게 가파르지 않다. 더 많은 야생화를 만나려면 등산로 주변 숲으로 조금씩 들어갔다 다시 나오길 반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야생화는 무턱대고 산을 오른다고 모두 만나는 것이 아니다. 야생화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거처로 삼는 곳이 있다. 같은 산이라도 제한된 지역에서 자라는 것들이 적지 않다. 때문에 그 지역 야생화 서식지에 대해 잘 아는 사람과 동행하는 것이 여러 모로 도움이 된다.
천마산에서 이른 봄에 만날 수 있는 야생화들로는 복수초, 노루귀, 점현호색, 앉은부채, 노란앉은부채, 너도바람꽃 등이다. 이중 노란앉은부채는 개체 보호를 위해 철망을 씌워 놓은 것이 적지 않다. 점현호색은 우리나라 특산종이다.
흔히 사진을 촬영하는 것은 야생화 서식지를 파괴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란앉은부채의 예에서 보듯 야생화 촬영은 좋든 싫든 자생지 파괴를 동반한다. 특히 희귀한 야생화일수록 그 피해는 크다. 산에서 만난 야생화가 철망으로 덮여 있거나, 서식지에 울타리가 쳐져 있다면 그 이유를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문득 따뜻한 봄햇살이 느껴진다면 산으로 들로 섬으로 떠나보자.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우리 들꽃들이 함박웃음 지으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천마산 여행정보
북서쪽의 철마산(711m)과 함께 광주산맥에 속하는 천마산은 해발 812m로 남양주시 화도읍과 진접읍 경계에 있다. 46번 경춘국도의 마치굴에서 북쪽으로 3㎞ 가량 떨어져 있으며 산기슭에는 천마산 야영교육장, 상명대학교 수련관 등 각종 연수원과 수련장이 들어서 있다. 레저시설로는 천마산스키장이 유명하며 사찰로는 보광사(普光寺)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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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야생화 촬영 이렇게 하세요.
-이른 봄 등산은 겨울에 준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추위를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복장 필수.
-탐사지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와 지리는 미리 숙지하고 떠난다.
-야생화 탐사 필수품으로는 탐사지 지도, 포켓형 식물도감, 카메라, 삼각대, 간단한 음식과 물. 라이터 등 화기는 절대 지참 금지.
-컴팩트 카메라는 접사(클로즈업) 기능이 있는 것으로 준비.
-DSLR 카메라의 경우 접사렌즈를 별도로 갖추는 것도 좋다.
-삼각대는 좋은 사진을 만드는 첫 걸음이다. 특히 접사촬영의 경우 반드시 꼭!
-야생화는 꽃과 풍경, 꽃 클로즈업 등 다양한 각도와 거리에서 촬영할 것. 사용 용도가 다르다.
-가능하면 있는 상태 그대로 촬영하고 주변을 훼손하지 말 것. 혹시 낙엽 등을 걷었다면 촬영 후 반드시 다시 덮어 주도록 한다.
-식물을 채집하지 말 것. 가끔 예술을 빙자해 식물을 채집한 다음 장소를 옮겨 촬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절대 금지다.


<자유마당 2011년 3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