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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꽃소리
매뉴얼 그까짓 거 어찌 보면 가장 중요한 일인데 늘 소홀한 것이 있다. 매뉴얼을 숙지하는 일이다. 사진은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를 사용해 만들어진다. 그러니 그 기계를 제대로 잘 다루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진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듯, 카메라는 빛을 조절해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에 영상이 담기도록 하는 기계다. 카메라에는 빛을 조절하는 3가지 장치가 있다. 조리개, 셔터, 감도가 그것이다. 조리개는 빛이 들어오는 통로의 넓이로, 셔터는 시간으로 빛의 양을 조절한다. 감도는 필름이나 이미지 센서가 빛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의미한다. 현재 감도는 ISO라는 국제 규격을 사용하는데, 과거 필름에는 ASA나 DIN 같은 미국 또는 유럽의 규격이 함께 표기되어 있었다. 사진을 촬영하기에 알맞은 적정노..
찾으면 찾으리라 2008년 여름 서해안의 한 섬을 방문하자는 연락이 왔다. 거기에 아주 오랜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특별한 식물이 있다고 했다. 한적한 해변에 무릎까지 오는 식물들이 둑을 따라 빼곡히 자라고 있었다. ‘개정향풀’을 그렇게 만났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개정향풀의 발견 소식은 2005년 뉴스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10년대 일본 학자가 만든 표본 외에는 전해지는 것이 없고, 가까이는 1977년 여름 이영노 박사가 충북 단양에서 꽃이 피지 않은 몇 개체를 촬영해 한국식물도감에 실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외로 한 번 발견되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개정향풀 군락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 무렵 ‘이거 못 찾은 거야? 안 찾은 거야?’하는 의문까지 들었었다..
제비꿀Thesium chinense Turcz. 식물에 대해 좀 알거나, 일부러 알고 찾지 않으면 주변에 흔해도 얼굴을 마주하기 힘든 꽃들이 있다. 여름 도로나 화단의 풀밭에서 흔하게 자라는 꽃마리나 꽃받이 등이 대표적이다. 논두렁이나 잔디밭 또는 무덤가에서 만날 수 있는 제비꿀도 그런 꽃이다. 식물체가 연약해보이고 작은데다 꽃은 얼핏 하얀 점 정도로 보이니 주의 깊게 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렌즈를 통해 만난 꽃은 앙증맞다. 반기생식물로 잔디나 벼, 꿀풀 등의 뿌리에 붙어 영양을 얻는다. 한방에서는 유용한 식물로 오래전부터 사용되었고, 동의보감에도 제비꿀이란 이름으로 등장한다. 사진의 제비꿀은 지난 여름 수원 칠보산에서 촬영했다. 단향과의 여러해살이풀.
모두가 특별하다 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가장 기뻐하는 순간은 흔치 않은 특별한 식물을 만났을 때다. 노루귀는 꽃잎이 홑겹이다. 그런데 겹꽃으로 풍성하게 피는 흔치 않은 경우가 있다. 만약 이 사진을 촬영했다면 거의 잠을 못잘 수도 있다. 광릉요강꽃은 거의 멸종 직전이라 알려진 자생지는 보호가 삼엄하다. 산에서 만약 광릉요강꽃과 마주치게 된다면 아마도 ‘심봤다!!!’고 소리치게 될지도 모른다. 특별하다는 것은 흔치 않다는 의미고, 때문에 만나기도 쉽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이유로, 야생화 사진을 촬영하다보면 필연적으로 흔하지 않은 식물을 찾기 위해 정성을 들이게 된다. 애란인들은 잘 알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한국춘란과 보춘화의 차이는 간단하다. 기본적인 것이냐, 기본에서 벗어난 것이냐다. 기본..
개여뀌Persicaria longiseta (Bruijn) Kitag. 대부분의 사람들이 흔하지 않고 눈길을 끄는 화려한 꽃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흔하게 보이는 볼품없는 꽃들은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여뀌 종류가 그런 꽃에 속한다. 꽃이 크고 화려한 털여뀌 정도나 눈여겨보지 대부분은 잡초 취급을 당한다. 개여뀌는 정말 주변에서 흔하게 보는 꽃이다. 양지바른 길옆이나 산의 초입, 논, 밭 등에서 만날 수 있고 사는 곳도 우리나라 모든 곳이다. 마디풀과에 속하는 한해살이풀로 여뀌와는 달리 별로 쓸모가 없다는 뜻에서 개여뀌라는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보통은 무리지어 살기 때문에 한 포기나 꽃 한 송이를 보는 것은 쉽지 않지만, 가끔은 사진처럼 특별한 모델이 되어줄 때도 있다. 사진은 ..
누린내풀Caryopteris divaricata (Siebold & Zucc.) Maxim 마치 권투선수가 주먹을 쥐고 있는 듯한 포즈가 재미있는 꽃이다. 키가 1m 정도 되는 식물인데, 근처에 다가가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썩 좋은 향은 아니다. 누린내풀이라는 이름을 얻은 이유다. 요즘은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 편이라 보기 어렵지는 않다. 가장 가까이는 서울 성북에 있는 길상사에서 무리지어 핀 것을 볼 수 있다. 사진의 꽃은 군포 수리산에서 촬영했다. 야생화를 촬영하다보면 독특한 이름과 특징을 지닌 꽃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사람 기준으로 호불호가 갈리기는 하지만, 그들이 가진 이런 특이함은 자연에서 최적의 생존조건을 만들어낸 것이다. 우열을 가르기보다 독특함으로 받아들이려는 열린 마음이 필요할 듯 싶다.